▲한보문제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소통령’이라고 불리는 자의 엄청난 비리 사건이 정국을 더욱 어수선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내가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나서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과거의 인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검찰은 여전히 ‘증거’ 운운하며 맥놓고 눈치보기에 바쁘다. 그뿐인가. ‘대선주자’라 불리는 자들도 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물론 이제까지 국정전반을 좌지우지 한 아들의 ‘권력남용’을 용인해왔던 아버지도 어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책임회피병’ 증상이 만연하고 있는 지금 안데르센 동화집에 실린 『벌거벗은 임금님』이야기가 생각난다. 자신의 무자격성을 내비치기 두려워 정말 아름다운 ‘옷’이라고 칭송한 수많은 신하들, ‘감탄’을 연발하며 임금님의 행진을 지켜보던 군중들. 거기다 사기꾼의 엉터리 꼬임에 빠져 불안감과 당혹감을 애써 숨긴 채 신기한 ‘옷’을 입고 거리 행진을 하는 임금님.  그러나 한 어린이의 진실로 그 견고했던 거짓의 틀은 깨어진다. “임금님은 벌거숭이잖아” 그 순간 임금님은 아름다운 ‘옷’을 걸친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아무것도 입지 않은 벌거숭이 바보가 돼버렸다. 천진난만한 어린이가 결국 신기한 ‘옷’의 거짓을 밝혀낸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진실을 아는 것과, 진실을 말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느낄 수 있으며 진실말하기가 거짓이 팽배한 사회에서 얼마나 어려운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이야기에 등장한 순진한 어린이는 ‘거짓’에 빠져있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책임있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이 어린이의 말 한마디에 모든 사람들은 비로소 진실을 깨닫는 것이다.

▲이제까지 권력형 비리사건에서 보여줬던 검찰과 대선주자들의 ‘무책임성’은 거짓을 거짓이라고 말하지 못한 수많은 신하, 군중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거짓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주머니속의 송곳처럼 감출 수가 없다. 또한 진실은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이야기 속의 어린이처럼 누군가에 의해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 날카로운 송곳에 찔려 다치기 전에 주머니 속의 송곳을 꺼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어린이를 통해 진실을 알게된 임금님은 자신을 속인 사기꾼들을 처벌하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반성한다. 거짓을 거짓이라고 말할 수 있는 어린이와 그 거짓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해결하려는 임금님! 그런 용기있는 사람들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