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 탓에 PPT 대신 OHP 수업

영어 테이프와 동화책을 가져다 주기도

  이렇게 힘겨운 수업을 수강할 때 가장 힘이 되는 사람은 함께 수업을 듣는 동료들이다. 특히  매스컴 대학의 경우, 그룹 미팅이 잦은 편이라 그들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수업을 따라갈 수 조차 없다. 다행히 필리피노들의 친절한 국민성 탓에 현지 학생들은 그들로부터 적잖은 도움을 받고 있다. 가끔은 학교에서 2시간 떨어진 곳에 사는데도 한국인 친구의 숙제를 도와 주겠다고 오는 필리핀 친구들도 있고, 영어 실력이 늘지 않아 고민하는 외국인 친구에게 어릴 때 자기가 듣던 영어 테이프와 동화책을 가져다주는 친구들도 있다. 그럴 때 마다 한국인들은 “우리라면 외국 교환 학생 친구들에게 이렇게까지 친절할 수 있겠냐”며 이곳 친구들의 호의에 입을 다물지 못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교환 학생으로 캐나다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는 김민아(S대 영문·24)씨는 “캐나다에 있을 때 이기주의가 만연한 그들 사이에서는 아예 꿈도 못 꿀 일이었다”며 “주위에 어학 연수지로서 필리핀을 추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열악한 기자재, 자유로운 접근으로 상쇄

  안타까운 사실은 방송 시설이나 사진 실습 공간같은 실험, 실습 시설이 한림대학교에 비해 대단히 열악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십년 전에 썼을 법한 기자재들이 버젓이 사용되고 있으며, 수나 양에서도 충분치 못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아직도 OHP 필름으로 수업을 하고, 컴퓨터 모니터 만한 텔레비전 앞에 20명이 다닥다닥 모여 앉아 수업 관련 비디오를 보는 모습은 편한 의자에 앉아 대형 스크린으로 강의를 듣는 한국인들에게 좀 낯설기까지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실습 기자재들에 대한 접근은 무척 자유로와서 학생들이 원할때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수업도 토론과 실습 위주로 이루어져 이 같은 환경에 익숙해 있지 않은 한국 학생들은 강의 시간에 꿀먹은 벙어리가 돼 앉아 있거나, 실험, 실습 시설을 다루지 못하고 쩔쩔매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 이지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