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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야기]1차 개정 영화진흥법개정 영화진흥법, 민주주의 원리를 부정하는 악법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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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0.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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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영화법을 모델로 「군사평의회」가 1962년에 만든 옛 영화법의 기본정신은 ‘영화통제’이다. 1984년 5차 개정으로 영화사 설립 허가제가 없어지기까지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20여개 사들만 제작과 외화수입을 할 수 있었다. 영화는 검열 당했고, 반공·안보·계몽에 기여한 영화사에 외화 수입권이 우선 배정되었다. 한국영화는 자생력이 없는 채로 1988년 6차 법 개정에 따라 미국영화 직배라는 해일을 맞게 된다. 직배 후 가장 큰 문제는 시장구조가 외화중심으로 짜여지면서 제작자본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더구나 컬러 텔리비젼의 영향으로 관객이 감소하는 추세였으므로, 한국영화의 급격한 몰락을 우려한 영화계는 영화환경을 바꾸려고 시도한다.

  이에 1993년에 뒤늦게 정부는 태도 변화를 보여 진흥법 제정에 나섰다. 핵심은 영화검열을 비롯한 규제조항의 폐지, 배급구조의 혁신, 제작 진흥재원 조성, 방송·비디오 등과의 유기적인 연관관계 확보 등이었다. 허나 1995년말에 확정된 진흥법(96년 7월 1일 시행)은 핵심조항을 반영하지 못한 '또 하나의 영화법'에 지나지 않았다. 신한국당과 영화계 기득권층의 의견만 반영된 법일 뿐이었다. 그래서 영화계는 다시 개정작업에 나섰다. 작년의 검열철폐 캠페인, 그리고 10월 4일의 위헌판결. 그 이후 3월 17일 표결로 국회를 통과한 개정법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륜」)는 「공연예술진흥협의회」(이하 「공진협」)로 이름만 달라졌을 뿐이고 검열조항은 여전히 남아 있다. 헌법의 기본질서, 미풍양속과 사회질서, 국제 외교질서 등을 이유로 일부 영화에는 등급을 주지 않는다. 등급을 못받으면 당연히 상영금지다. 또한 등급외 영화전용관 설치도 불허했다. 이는 완전등급제 실시를 기본 축으로 하는 개정 영진법을 무력화시키는 요인이다.

  등급외 판정을 받은 성인영화는 전용관에서 따로 상영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은 제작을 마친 영화가 사장되는 것도 막고, 제작자가 문제될만한 몇가지 장면을 잘라내고 청소년 입장이 가능한 등급을 받아내는 편법을 막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등급외 영화전용관 설치를 허용하지 않은채 「공진협」이 폭력 및 선정성 등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영화에 대해 6개월간 등급부여를 유보할 수 있게 한것도 위헌 소지가 크다. 등급외 영화전용관 설치를 불허하고 등급부여 유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실정법 위반 여부가 불분명한 영화을 사실상 봉쇄하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검열’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외화 수입심의 과정에서 등급보류 결정이 쓰인다면 그것은 정당할 수 있다. 문화적인 차이를 내세워 외화의 수입을 금하는 것(관세법)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제도이다.

  문제의 등급보류 조항이 담고 있는 깊은 뜻은 어떤 것인가? 바로 정부비판, 체제비판을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논란 많은 국가보안법을 가동하지 않고도 통제할 방법이 생기는 것이다. 등급제 논의에서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은 바로 등급분류의 기준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세우느냐 하는 것이다.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에게 부당하게 가해지는 억압과 왜곡된 남성성의 강조는 영화와 등급기준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빈번한 성폭력과 무자비한 폭력, ‘강간의 신화’와 성적 허위의식으로 착취와 불평 등을 조장하는 장치들. 그러나 현재의 심의기준은 오직 노출의 과다만을 따질 뿐이다. 성인용을 몇 장면만 잘라내고 청소년에게 보여주는 경우까지 있다. 결국 영화진흥법은 창작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 모두를 놓치고 있다.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부정하는 영화진흥법, 2차 개정작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 김혜준(한국영화연구소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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