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푸른 잔디와 얼룩배기 공과 홍명보를 좋아한다. 그러나 월드컵이란 자본주의 상품이 한국에 소개되는 것을 반대한다. 정몽준과 김흥국이 국내외를 열심히 뛰어다닌 덕에 월드컵이 유치되었다. 하지만 보다 진지하게 접근하자면 월드컵이 한국의 자본, 한국의 자본주의를 인정하였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월드컵은 돈이 없으면 유치되지 못하며, 유치국에게 유치의 효과를 충분히 안겨주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공동개최가 결정되면서 한국의 아쉬움과 일본의 다행스러움이 교차되었다. 단독이 아닌 공동개최의 근저에 유럽의 목소리가 작용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것은 反아벨란제 입장인 유럽의 개혁세력의 파워가 작용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유럽연합(EU)의 차기 개최 의지쪽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이후에 자국 자본의 살 길을 모색해온 세계 자본주의는 보다 발전된 광고와 침투, 잠식, 독점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다. 월드컵은 그것의 매우 주요한 매개가 된다. 세계적으로 나타난 경제블럭화가 가장 전형적으로 유럽연합에서 보여지고 있으며, 월드컵을 유치할 의지를 강력히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간의 관계에 있어 쌓여온 양국간의 감정대립을 처리해야 생명이 보장되는 양국 정치가와 자본가의 절묘한 타협이 공동개최로 나타난 것도 그것의 연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서울올림픽 때 올림픽으로 인한 특수효과로 한국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지고 경제가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세계적 국민으로 도약한다는 자긍심을 가질 기대를 하였다. 허나 그것은 매스컴에서 그런 기대를 갖도록 유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살 집을 철거당한 국민도 있었다. 하루벌어 하루를 사는 노점상은 올림픽이 가장 원망스러웠다. 우리의 생활패턴과 맞지않는 Summer Time제가 강요되었고, AIDS가 수입되었으며, 전통식품(!)이 혐오식품으로 낙인받는 것까지 올림픽이 우리에게 한 것은 참으로 많았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에 더 많이 남는 건 무엇인가. 그래도 그 큰 행사를 우리가 치루었다는 뿌듯함인가.

  '우리 국민은 너무 잘 잊는다'며 올림픽의 영광을 상기할 것과 그것을 월드컵으로 연장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월드컵을 개최해야 자본가가 살고, 그것을 잘 보필해야 정치가가 살고, 또 그걸 잘 보좌해야 매스컴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과는 관계가 없다. 공전을 거듭하는 15대 국회에서 여야의 많은 국회의원들이 '월드컵 준비를 위한 국회 운영위'에 활동할 것을 희망하고 있는 것도 자본주의 경제와 정치의 살 길을 더럽게도 잘 계산하고 있어서이다. 그래서 난 축구를 좋아하지만, 월드컵이란 자본주의 상품이 한국에 소개되는 것을 반대한다.

/ 박종문 (물리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