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안기법 날치기 통과, 한보 사태, 현철 씨 사건 등 굵직굴직한 사건들로 97년의 어수선한 봄을 맞고 있다.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96년과 그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할 97년은 우리에게 무거운 짐으로 남아있다. 97년이 민주세력들에게 특별한 해인 것은 87년 민주항쟁이 10년을 맞고 있고, 역사상 처음으로 총파업을 이루어낸 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만들어 갈 새로운 시대는 이땅 젊은이들의 더 많은 피를 필요로 하는가보다. 얼마 전 21살의 한 젊은이가 우리들 곁을 떠났다. 그 젊은이는 이제 갓 20살을 넘긴 96학번으로 ‘남총련 개강 선포식’집회에 참가, 시위 도중 정경들의 폭력진압으로 사망했다. 학생들의 시위를 막는 전경들은 곤봉, 쇠도리께, 쌍절봉으로 무장한 채 최루탄을 난사하며 흉칙스런 무기로 학생들을 진압했다. 그리고 그날 TV에는 먼저 학생들의 투석전을 내보내고, 학생들이 던진 돌이나 화염병에 전경이 맞는 모습과 시민들이 최루탄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아나운서는 “연일 학생들의 폭력 시위가 계속되고 있던 중 한 학생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원인은 과격 시위로 인한 심장마비로 밝혀졌습니다 시민들이 학생시위로 인해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라며 사뭇 진지하게 뉴스를 진행했다.  

▲류재을 군이 사망한 3월은 애석하게도 고 노수석군의 사망 1주기가 되는 달이다. 노수석 군이 폭력진압으로 사망한 후 여러 친구들이 그 뒤를 따랐고, 예전보다 많은 학생들이 구속·연행됐다. 그러나 YS와 그의 정치 모리배들은 ‘폭력과 제도언론의 힘’만으로 ‘폭력의 정당성’을 얻기에 부족했던지 안기부법을 날치기 통과시켜 정권의 폭력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97년 초인 지난 2월20일에는 철거민 민병철 씨가 경찰의 폭력으로 뇌사상태로 지내다 사망했고, 2월10일에는 용인대 동연회장인 한상근 군이 분신했다. 그 외에도 「한총련」관련 학생들의 실형선고와 계속되는 학원침탈, 평화시위의 원천 봉쇄와 강제연행은 현 정권의 폭력성의 수위를 말해주고 있다.

▲1년전 노수석 군의 영정과 분향소가 마련됐던 자리에 그보다 한 살 어린 류재을군의 영정과 분향소가 마련됐다. 그러나 1년 전과 다른 ‘무엇’을 느끼게 하는 것은 냉담한 학생들의 반응이었다. ‘또 죽었다’혹은 ‘젊은 나이에 안됐네’라는 말을 들을 때, 현정권의 폭력 전술과 제도언론의 왜곡보도는 그들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무고한 젊은이의 죽음이 일상적인 일이 될 수 있다’는 믿기지 않은 궤변들이 생겨나고 있다.                              

/ 여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