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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브루더호프 사람들의 일, 생활, 그 속에 담긴 평화의 메시지에 대해 적었다. 그러면 이제는 그들이 실제 어떻게
평화적으로 모둠 살이를 하고 있는지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자.
상대방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생기면 비난하지말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말한다. “사랑을 갖고 솔직히 말하기.”
브루더호프 사람들은 이 말을 1920년대 독일의 자네쯔(Sarnnez) 지방에서 공동체 생활을 할 때부터 제 1의 원칙으로 삼아왔다. 상대에게
불편한 마음이 생기면 그 사람에게 있는 그대로 말하되 비난하지 말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말을 하자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한다는 핑계로
공격하듯이 한다면 또 다른 갈등을 만들기 마련이고, 그런 갈등이 두려워서 속에만 품고 있다면 자신 속에 화를 더 키우게 된다. 그것을 어긋나게
표현하면 그 사람을 다른 사람 앞에서 깎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당사자에게만 직접 말하자는 것이다.
메이플 릿지(Maple Ridge) 브루더호프에서의 어느 저녁 식사 때였다. 한참 식사를 하고 있는데 이곳의 말씀의 종 -
공동체마다 사람들을 섬기는 2명의 리더를 일컫는 말 -인 C가 마이크를 잡더니 “칠면조 요리가 왜 이렇게 적나요? 힘든 일을 마치고 온 사람들은
잘 먹어야하는데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합니까? 누구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 말을 해 보세요!”라고 말했다. 잠시 후에 주방에서 음식 재료 관리를
맡는 J가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는 하루에 일정하게 주어진 칠면조를 갖고 요리를 했어요.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요.”뜻밖에 그는 흥분한
모습이었고, 곳곳에 동요한 듯한 사람들의 표정이 보였다. 한 중년의 여성이 마이크를 잡고 “C 형제님, 미안하지만 그건 당신만의 생각인 것
같아요. 오늘 저녁 식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칠면조가 부족하면 밥이나 야채를 먹으면 되잖아요?”라며 맞섰다. 옆에 앉은 다른
여성도 “맞아요, 미안하지만 나도 당신과 생각이 틀려요.”라고 거들었다.
분위기는 갑자기 C가 괜한 말을 꺼내서 식사 분위기를 망친 것처럼 되는 것 같았다. C가 자신은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깎아
내리려고 한 것이 아니고 단지 일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음식을 제공해야한다는 의도에서 말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소용이 없는 듯 분위기는 쌀쌀했다.
이때 한 형제가 일어나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여러분, C는 우리의 리더입니다. 우리는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해요. 지금 우리는
칠면조에 보다 C 형제가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에 집중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맞아요!”사람들은 주저
없이 한 목소리로 답을 했다. 그리고는? 모두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식사를 마치고 식탁을 조용히 정리했다.
나에게는 놀라운 일었다. 영성이 깊기로 유명한 브루더호프 사람들이 식탁에서 ‘하찮은’일 때문에 언성을 높이다니, 그리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마음을 모으다니. 나는 바로 평소에 내 궁금증을 잘 풀어주던 19살의 앤드류에게 달려가 어찌된 일인지 물었다. 그는 “이게
공동체야. 하지만 잘 풀릴 거야. 이제 사람들은 서로에게 찾아가 느낌을 나눌 거야. 화를 품고 잠자리에 들지 말라는 성경 말씀 기억하지? 모든
얘기를 다 하고 마음이 풀리면 내일 다시 시작하는 거야!” 그의 말은 맞았다. 다음날 아침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어느 때 보다도 밝아
보였다. 지난 밤 몹시 동요되어서 눈물을 보이던 한 자매도 수줍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라고 말했다. 옆에 있는 자매는 조금 피곤한
얼굴이었는데 어젯밤에 마음이 풀릴 때까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얘기를 나누느라고 잠을 잘 못 잤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은 가볍다고 한다. 논리적인
말싸움은 한때 승자와 패자를 구분할 수 있겠지만 두 사람이 화해하는 데에는 근본적인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인 것 같았다.
이런 분출과 화해의 모습은 방문 기간 동안 이따금 볼 수 있었고, 그때마다 진솔한 대화와 중재로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고 서로의
관계가 더욱 친밀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 이들은 왜 이렇게 사는 걸까? 개인주의의 전통이 오랜 미국 사회에서 왜 어린아이처럼 순종을
하며 사는 걸까? 그리고 여자는 집에서 만든 단순한 치마에 머리 수건을 걸치고, 남자 역시 단순한 옷에 머리를 짧게 하는 등 제한된 삶을 살면서
순결을 간구하고, 하느님과 공동체에 일생을 헌신하는 걸까? “많은 방문자들이 우리가 성스럽게 살고 순종과 순결의 삶을 아주 쉽게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정말 착한 것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과 공동체에 도움을 구하며 원래의 모습대로
살려고 노력을 하는 거죠. 하루하루가 얼마나 어려운 투쟁(struggle)인데요.”누구나 할 것 없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소중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잘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이 필요하고, 누군가 사랑을 갖고 충고를 해주면 그 말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브루더호프 사람들은 예수님의 용서와 사랑의 정신을 따르며 그 속에서 삶의 중심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쯤에서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그러면 이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살아?”라고 물을지 모르겠다. “굳이 상업적인 욕망 추구는
아니더라도 세상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 많은데 무엇 하러 그렇게 평생을 답답하게 사는 건지…”라는 의견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들도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처럼 살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삶의 방식은 여러 가지일 수 있고, 저마다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어떤 삶의 방식이던지 그 속에서 삶의 중심을 찾으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한 가운데에 살던지 아니면
은둔의 삶의 살던지 그런 삶의 외형에 끌려 다니지 않고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을 추구해야하는데, 브루더호프 사람들은 예수님의 용서와 사랑의
정신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절제하는 이들의 삶에는 다른 세계의 기쁨이 있다. 그건 바로 순박한 노래이다. 삶의 순간을 노래가 이어줄
정도로 언제나 아름다운 노래를 함께 부르는데 노래책만 해도 10권이 넘는다. 식사 시간을 포함해서 모든 모임은 노래로 시작해서 노래로 끝낸다.
가족들은 들에 나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뿐만 아니라 때마다 연극을 준비해 여러 곳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을 모아 공연을
하기도 하고, 더위와 씨름하며 열심히 일한 여름의 끝에는 여럿이서 자연 속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물론 여행의 중심은 노래였다.
이른 가을 밤 호수에 앉아 작은 등불을 켜고 함께 노래를 부르던 일은 아직도 생생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도의 사회복지
단체의 자원 활동을 갔었던 에벌린이 “넌 미국에서 왔으니까 탐 크루즈 같은 할리우드 배우 많이 봤겠다.”라는 부러움 섞인 인도 소녀의 들의
질문에 “아니야, 하지만 너희들이 우리 공동체를 방문하면 아름다운 노래는 많이 선물해줄 수 있어”라고 말했던 것처럼 브루더호프에는 정말 아름다운
노래가 있다. 유대인의 추수감사절 그러니까 한국의 한가위와 같은 날 밤 메이플 릿지 사람들은 들에서 춤판을 벌였다. 남녀가 짝을 이루어 서로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 다음에 정해진 춤사위에 맞춰 원을 그리며 춤을 추었다. 여러 나라에서 온 노래들에 맞춰 서로의 손을 잡고 힘껏 돌아 서로의
자리로 옮기기도 하고, 앞으로 뛰다 뒤로 뛰다 몸을 한바퀴 반을 돌리기도 하면서 신명나게 추었다. 화려한 조명은 없었지만 충분히 용기가 났고,
여자와 손을 잡았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두 시간쯤 흘렀을까 온몸은 땀투성이였지만 힘이 들지는 않았다. 아주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깊은 기쁨이
올라왔다.
/ 원 충 연 http://wonshin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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