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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표 라면’등 다양한 먹거리로 친목도모
‘함께 사는 공간’ 남을 위한 배려 또한 필요
작년 이맘때쯤 대학입학을 앞두고 새로운 환경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머릿속에 가득했던 기자는, 대학생활이란 매일같이 즐거운
에피소드가 끊이질 않는 시트콤과 같을 것이라고 상상하고 또 한편으로는 온갖 시시콜콜한 것들을 걱정하며 지냈던 기억이 난다. 자유로운 대학생의
신분, 동아리활동, M.T.…. 많은 것을 생각했었지만 뭐니뭐니해도 20년 동안 함께한 부모님 곁을 벗어나 기숙사생활을 하게 된 것은 가장 큰
걱정이었다.
`선배와 같은 방을 쓰는데 불편하진 않을까?', ‘방 사람들과 사이가 안 좋으면 어쩌지?’라며 시작된 걱정은 끝이 없었다.
지금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04학번 신입생들 역시 이런 고민을 갖고 있겠지만 속 시원히 대답해 주는 사람은 찾기 힘들테고, 처음 시작하는 기숙사
생활에 대한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머리가 복잡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본 기자가 준비했다. 1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며 겪은
대학생활보다 더 유쾌한 기생(기숙사생의 준말)의 학기 초 생활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들.
한 학기 동안 방 사람들과 사소한 충돌 없이 원활한 생활을 하기 위해 입사 얼마 후 갖게되는 ‘방 파티’는 그야말로 대표적인
추억거리이다. 방 파티는 말 그대로 ‘함께 방을 쓰게 된 사람들과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며 파티를 즐기는 것’. 방 파티의 유형은 자신의 방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앞방, 옆방이 모두 함께 모여 대규모 파티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 처음엔 서먹서먹하던 사이도 술잔을
기울이고 나면 어떤 동기나 선배보다 정이 가는 ‘식구’가 된다. 이 날만큼은 귀여운 후배들을 위해 선배들의 두둑한 지갑이 아낌없이 열리기도
한다.
방 파티가 여기서 끝나면 재미가 없다. 적극적인 방장을 둔 방에서는 기숙사내에 설치된 전화를 이용해 무작위로 여자는 남자
방에, 남자는 여자 방에 전화를 걸어 시간과 약속을 정한 뒤 함께 파티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잘만 성사되면 여느 미팅 부럽지 않은
‘방팅’이 된다.
기숙사에 설치된 전화는 생활하다보면 여러 모로 편리하지만 기숙사내 커플들에겐 통화비를 절약하며 은밀한 데이트를 즐기는
수단으로도 이용돼 주위 솔로들로부터 질투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방 파티가 선후배간의 친목도모를 위한 자리라면 새로 사귄 친구들과의 수다는 ‘야참’과 함께 펼쳐진다. 기생들이 가장 애용하는
야참 메뉴는 치킨과 족발, 보쌈 등. 휴게실이나 빈방에 삼삼오오 모여 야참을 펼쳐 놓고 이제 막 시작된 대학생활에 대한 수다가 오간다. 때문에
학기 초 기숙사에선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진정한 야참족 기생이라면 단골가게의 전화번호 몇 개는 외울 정도.
그나마 이런 야참을 즐기고 싶어도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기생들은 기숙사 동마다 하나씩 준비된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간편한
요리를 즐긴다. 그 중 가장 쉽고 맛있는 요리로는 단연 ‘기숙사표 라면'을 꼽을 수 있다. 그릇에 적당량의 물을 붓고 라면을 넣은 뒤
전자레인지에 넣어 5분간 끓이면 완성! 이도 귀찮은 기생들에게는 금병재(G동) 지하 매점이 있다. 그 곳에서는 계란까지 넣은 맛있는 라면을 단돈
오백원으로 즐길 수 있다.
이렇듯 새롭고 즐거운 일들이 가득한 학기초 기숙사는 빈번한 술자리와 친구들과의 수다로 밤늦도록 시끌벅적하고 분주하기 마련.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공부중이거나 취침중인 학생들에겐 매우 괴로운 일이다. 기숙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 위한 배려이다. 나만 살고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인식하고 기숙사생활을 시작한다면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이 편안한 기숙사생활을 할 수 있다. 자취생들은
모르는, 기숙사 생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선후배간의 정을 듬뿍 쌓길 바란다.
● 알아두세요
기숙사에는 각 방마다 침대, 책상, 옷장, 전화기, 신발장 등이 비치돼 있으며 전자레인지, 다리미, 정수기, 세탁기, 음료수
자판기는 공동으로 사용한다. 각층마다 마련된 세탁기는 1회 사용시 5백원이다.(5백원 짜리 동전만 사용가능)
▲ 입사시 꼭 필요한 물건
침구, 세면도구, 식사도구, 스탠드(룸메이트와의 취침시간이 다를 때 필요함)
▲ 참고사항
전기장판, 토스터 등 전열기구는 화재의 위험 때문에 사용을 금하고 있다. 만약 적발시
퇴사당한다.
/ 손정은 기자 jestyle@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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