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방을 계약할 때 무엇보다 ‘큰 냉장고와 공동 드럼 세탁기’란 옵션이 맘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사를 와 보니 세탁기는 수압이 낮아 웬만큼 많은 양의 빨래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고, 큰 냉장고 또한 주인이 다시 가져가더니 작은 냉장고로 바꿔주겠다는 말 뿐입니다. 이럴 바에는 다른 곳으로 다시 이사를 가고 싶은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임대인(집주인)은 전세 계약 존속 중에 원룸의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임차인 측에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계약 위반이 되고 해당 계약이 해지됨으로써 전세기간 만료 전에 이사하게 된 것이 임대인인 집주인의 책임인 것임이 확실히 입증될 수 있다면 임대인에게 이사비용과 중개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다.

  한편,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집을 옮겨야 할 경우에는 원룸에 대하여 임차권등기명령을 법원에 신청하고 법원의 결정을 받아 등기를 해 두어야만 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다.

● 한달 전 월세방을 구했는데 갑자기 보일러가 고장났습니다. 추운 날씨에 보일러를 안 쓸 수는 없고, 주인은 보일러를 스스로 고쳐서 사용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고로 보일러는 사용하던 도중 갑자기 멈춰버렸습니다.  

▶ 집주인은 계약기간 중 세입자가 주택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마련해 줄 의무를 부담한다. 수리비용이 별로 크지 않다거나 쉽게 고칠 수 있을 정도의 것이라면 집주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입자가 그 집을 사용하는데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것이라면 집주인은 수선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위 사안의 보일러는 후자에 속한 것으로서 집주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한다. 다만, 세입자가 장기간 집을 비우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면 세입자의 잘못이 결부되어 있는 것으로서 손해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 2003년 2월, 보증금 1백만원, 20만원의 월세로 3년간 살 것을 집주인과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2004년 3월 집주인이 바뀌면서 새 집주인은 월세를 10만원 올린다고 합니다. 저는 월세 값을 감당할 수 없어 집을 나가려고 하는데 이럴 경우 아직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았지만 보증금을 돌려 받을 수 있나요? 이사비용도 받을 수 있을까요?  

▶ 위 사안의 경우 월세 인상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고, 이전 집주인에게 주택매매에 대해 달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새로운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고 이사를 나와야 한다. 하지만, 세입자가 나가는 것은 이전 집주인과 체결한 계약 중 새 집주인의 책임이 있어 이사하는 것이 아니기에 새로운 집주인에게 이사비용을 청구할 수는 없다.

/ 강병근(법학부)교수 본교 법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