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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통행자는 10% 도보 보행자는 90%
‘주행 천국, 보행 지옥’된 한림
교통량 위험수위 넘어서 무단주차
방치되고 있는 교정
피서지 교통도로 방불케 해
지난 8월 30일, 개강을 맞은 우리 대학의 분위기는 지난 학기와 다름 없이 ‘혼잡' 그 자체였다.
가뜩이나 학내 곳곳에 공사판이 벌어져 어지러운 가운데, 행락철 피서지 교통도로를 무색하게 할 만큼 차들이 몰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예전에는 학생들의 운동공간으로 이용되던 성호관 앞 광장은 이미 차들이 점령해버렸고, 다산관 앞에는 차는 커녕 사람조차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차들이 꽉 차 있었다. 주차 금지 구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유정관 인근에는 각종 차량이 어지럽게 주차돼 있어 식당으로
음식재료를 옮기는 차량이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오랜만에 등교한 학생들의 얼굴에는 새 학기를 시작하는 밝은 표정보다는 짜증섞인 표정이 역력했다. 사회대의 한 학생은 “이번
학기 들어 학교에 주차하는 차가 더 많아진 것 같다"며 “조금 더 있으면 인도에까지 차가 들어설까 걱정된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새 학기
‘교내 차량 통제 강화'를 선언한 대학 당국의 조치는 결국 또다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본교가 ‘주행 및 주차천국, 보행지옥'이 된 것은 이미 예고된 것이다. 우리 대학은 차량의 주행동선과 사람의 보행동선이
함께 구분하기 어렵게 섞여 있어 언제나 차량사고의 위험이 존재한다. 또 주차공간이 각 건물 주변에 마련돼 있어 요즘처럼 주차량이 늘어날 경우
학생들의 보행에까지 불편을 끼친다. 교내 차량 통제에 대한 대학 당국의 미더워 보이지 않는다. ‘공간조정위원회'에서 일부 교수가 끊임없이
차량통제 의견을 제기해도 묵묵부답이다.
현재 대학당국은 주차난 해결을 위해 ‘주차장 유료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단기적인 조치일 뿐 학생들의
보행권 침해와 안전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궁극적인 조치가 아니다. 결국 대안은 지난호에 소개한 국민대, 고려대의 사례처럼 ‘교내 차량 진입
전면금지 및 지하주차장 건설'을 통해 ‘차 없는 한림'을 만드는 것이다.
주차장 유료화 정책은 지하주차장 건설 위해 실시돼야
쾌적한 면학공간 위해 차량이용자의 의식 개선 필요
사실 교내 차량의 진입을 금지하고 지하주차장을 건설하자는 의견은 지난 1992년부터 제기돼 왔다. 지난 2003년
공간조정위원회에서도 이같은 의견이 논의됐으나, 예산문제 및 인식부족으로 별다른 진전없이 논외로 벗어났다. 올해 1월에도
한림학보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이같은 주장을 한 허선 교수(의학과)는 “본교의 주차량은 이미 과부하됐고, 학생들의 통행안전은 끊임없이 위협을 받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이를 위해 일단은 ‘주차장 유료화'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차량의 진입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여기서
얻은 수익을 나중에 지하주차장 건설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상을 운동장으로 이용하고 지하를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시설을
짓는 데에는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자금이 필요하다. 물론 협소한 교내 주차장을 통해 수익창출이 쉽지 않겠지만, 외국의 경우처럼 ‘거리별
요금책정제' 등을 적용하고 대학당국에서 이를 위한 의지만 보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하주차장 건설을 위한 자금을 차량이용자가 부담해
만드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 허 교수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차 없는 대학을 위한 과정이며, 보행자의 안전과 푸른 한림을
위해서라도 지하주차장 혹은 그에 합당한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허 교수는 강조한다.
그렇다면 어디에 지하주차장을 건설할 수 있을까? 현재 학생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부지에 지하주차장을 건설하는 것이 가장 나은
것으로 보인다. 정문 인근에 있고, 주변에 별달리 지어진 시설물도 없어 별도로 건물을 허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정문으로 출입하는 모든
차량을 이 곳에 주차시킨다면 ‘차 없는' 대학을 실현시키기에 가장 적합하다.
물론 이보다 앞서 필요한 것은 차량이용자들의 의식개선이다. 아무리 이같은 노력으로 지하주차장 시설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개인의 편리만을 생각한다면 모두 공염불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사실 10% 남짓한 소수의 차량이용자들 때문에 90% 이상에 해당하는 다수의
보행자들이 그동안 불편을 겪어왔다. 또 대학은 어지럽게 주차된 차량과 경적소리를 울리며 질주하는 차량 때문에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기는 커녕 행락철
피서지 꼴을 면치 못해왔다. 더구나 뒤켠에 우뚝 선 봉의산은 수많은 차량의 매연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우리 대학은 다른 대학에 비해 아담하게 느껴질 만큼 캠퍼스 크기가 작다. 교정의 끝에서 끝까지 아무리 느릿하게 걸어도 10분
이내에 다달을 수 있다. 만일 10분 정도의 거리도 길게 느껴진다면 자신의 하루 운동량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건강과
다수 보행자의 안전, 그리고 대학의 면학분위기와 봉의산의 건강을 위해서도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자명하다.
/ 윤동근(본사 28기·언론전공, 03년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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