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 차량출입 전면 통제·지하주차장 건설
학생들 “여유있게 걸어다닐 수 있어 좋아”

 시커먼 매연과 함께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질주하는 대형 공사차량, 보기에도 위태로운 곡예운전으로 어지럽게 내달리는 오토바이, 그리고 도로의 곳곳을 가득 메워 주차돼 통행을 어렵게 하는 승용차들.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과 ‘조화'를 이룬 이같은 풍경은 다름 아닌, 오늘날 한국 대학의 모습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공부에 지친 몸과 마음을 한가롭게 교정을 거닐며 달래기보다는 길 가장자리로 밀려나 조심스럽게 걸어야 한다. 행여 도로를 가로지를 때면 쌩쌩 달리는 차를 피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해야만 한다. 길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바로 ‘차'인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다른 대학들은 현재 차 없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국민대학교이다. 국민대는 지난 2001년부터 ‘그린캠퍼스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친환경적 대학 만들기에 주력했고 2003년부터는 국민대 신문사의 주도로 ‘녹색캠퍼스 운동'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대가 친환경적 대학 가꾸기를 위해 가장 먼저 실천에 옮긴 것은 학내 차량 출입을 전면 금한 것이다. 국민대는 대학을 출입하는 시내버스의 통행까지 금하는 한편, 기존 출입차량의 주차를 위해 3층 규모의 대규모 지하주차장을 지난 5월 완공했다.

  이에 따라 요즘 국민대는 막바지에 접어든 푸른 여름풍광을 만끽한다. 지난 25일 방문한 국민대에서 학생들은 길을 따라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나무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기도 했다. 또 지하주차장 위로 조성된 야외축구장에서는 축구경기가 한창이었다. 교내를 걷는 학생들의 발걸음은 한층 여유로워 보였다. 과거에는 바쁘게 ‘지나야' 할 도로가 지금은 ‘머물러' 무언가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국민대의 한 학생은 “학교 정문에서 멀리 떨어진 강의실까지 걷기가 좀 부담스럽다"고 불평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학교에 차가 없어 걸어 다니기도 좋고, 괜히 공기까지 좋아진 기분도 든다"고 말했다. 이 모두가 차 없는 대학이 맺은 결실이다.
 
주행권 보다 보행권이 먼저
고려대, 대규모 지하캠퍼스 조성
건국대, 보행자 이동선 따로 구분

  2002년에 지하캠퍼스를 조성한 고려대에서도 학내를 지나는 차는 찾아보기 힘들다.

  고려대는 5천7백80평 규모의 지하캠퍼스를 건설하여 도서관, 각종 편의시설 및 주차장 시설을 마련해 차 없는 캠퍼스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장애인 차량과 업무용 차량에 한해서는 지상주차를 허용한다. 그 결과 공원화된 고려대의 지상공간은 학생들의 휴식공간으로 혹은 문화공간으로 푸르게 사용되고 있다.

  건국대학교도 차량 통행을 보행자 이동 공간과 구분하여 보행자 중심의 대학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건국대는 올해 초 ‘드림건국 2011'이라는 학교발전계획을 내놓고 현재의 생태공간을 적극적으로 지키는 한편, 학내 보행권을 보장하는 계획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대학에서 차 없는 대학 만들기에 한창이지만, 아직까지 우리 대학에서는 차가 도로의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의 문화공간으로 사용되던 연암관 앞 광장은 현재 주차된 차들로 가득차 지나는 이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곳곳의 도로는 주차된 차들과 지나는 차들로 포위되어 그 사이로 다닐 엄두가 나지 않는다. 대학은 새 학기 들어 학내를 출입하는 일반 차량을 엄격하게 통제한다고 하지만 이같은 단기적인 처방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이번 학기에 김유정관 증축공사가 진행될 계획이라 엄청난 경적소리를 내며 학내를 질주할 공사차량이 벌써부터 겁이 나는 현실이다.

/ 윤동근 (언론전공·03년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