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담이 둘러쳐진 아름다운 궁성 안에서 슬픔을 모르고 살아온 행복한 왕자가 있었다. 이 왕자가 죽자 도시의 한 복판에 높은 축대를 쌓고 그 위에 그의 동상을 세웠다. 동상의 온 몸은 순금으로 덮여졌고, 두 눈에는 반짝이는 사파이어가, 칼자루에는 빨간 루비가 박혀 있었다. 이 도시의 시민들은 이 아름다운 행복한 왕자의 동상을 아주 좋아했다.

  그러나 이 왕자는 높은 축대 위에서 도시의 온갖 추한 것과 비참한 것을 다 보게 됐다. 그래서 이 왕자는 늘 슬픔에 젖어 눈물을 흘리며 지내게 됐다. 날씨가 추워지는 초겨울에 제비 한 마리가 이 도시에 날아왔다. 이 제비는 다른 친구들이 모두 남국으로 날아간 뒤에도 갈대가 좋아서 처져 있다가 늦어진 것이다. 그리고 행복한 왕자의 동상 밑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했다. 그런데 이 제비는 눈물을 흘리며 간청하는 왕자의 요청으로 칼자루에 박혀 있는 루비를 빼다가 가난한 삯바느질 여자에게 가져다주는 심부름을 했다.

  그 다음날 제비는 남국으로 떠나려 했으나, 왕자의 간청으로 눈의 사파이어를 빼다가 가난한 극작가에게 전해 줬다. 다음날도 왕자의 간청을 물리치지 못한 제비는 남은 한쪽 눈의 사파이어를 불쌍한 성냥팔이 소녀에게 갖다 줬다. 이리하여 행복한 왕자는 앞을 못보는 장님이 됐다. 이에 착한 제비는 왕자와 늘 함께 있기를 결심했다. 그리고 자기가 본 것들을 눈먼 왕자에게 이야기해줬다. 왕자의 요청으로 제비는 도시를 돌아다니며 보고 온 고통스럽고 비참한 일들을 알려줬다. 부자집 대문 앞에 앉아 있는 거지들, 다리 밑에 누웠다가 경비원에게 쫓겨나 빗속을 헤매는 어린 사내아이들의 이야기 같은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왕자는 자기 몸을 덮은 금을 한 조각씩 떼어다가 나누어 주게 했다. 이리하여 금은 모두 벗겨지고 행복한 왕자의 동상은 추한 모습으로 변하여버렸다. 그러는 동안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이 됐다. 그리고 추위를 견디지 못한 제비는 결국 왕자의 발아래 떨어져 죽고 말았다. 그 순간 납으로 된 왕자의 심장도 두 조각으로 쪼개졌다. 그리고 죽은 제비는 쓰레기통에 버려졌고, 추한 왕자의 동상은 철거됐다. 철거된 동상은 용광로에서 녹여졌는데, 심장만은 녹여지지가 않아 제비의 시체가 있는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이상은 오스카 와일드가 쓴 「행복한 왕자」라는 동화의 줄거리이다. 그런데 이 동화의 클라이막스는 다음과 같은 그 끝머리 부분이다. 하느님이 천사에게 명해 그 도시에 가서 제일 귀중한 것 둘을 가져오라고 했다. 명을 받은 천사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왕자의 납으로 된 심장과 죽은 제비를 가져왔다. 그랬더니 하느님은 천사를 칭찬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 똑바로 잘 찾아왔구나. 작은 새는 내 낙원에서 언제까지나 노래를 부를 것이요, 이 행복한 왕자는 내 황금의 도시에서 나를 찬미하리로다” (「행복한 왕자」中)

  이 세상에서는 실패로 끝난 비극이지만 하늘나라에서는 승리일 수가 있다. 상대적인 세계와 절대적인 세계에서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정 반대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오스카 와일드의 이 동화는 그 점을 웅변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실로 인생의 깊은 진리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모두 한 번 읽고 감동을 같이 나누기를 바라는 뜻에서 이 이야기를 소개하기로 한 것이다.

/ 이기백(한림과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