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닐 조단 감독 작의 ‘크라잉 게임’은 역대 최고의 반전 영화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에서 여자 빰칠 정도로 수려한 외모를 자랑했던 제이 데이비슨은 당시 전세계의 여성들을 단숨에 휘어 잡았던 미모의 남성이다. 그런, 제이 데이비슨은 ‘크라잉 게임’ 이후 후속 작품들에서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결국 감독에 의해 발탁되었던 장소인 게이 바로 돌아가 버렸다. SBS의 대하 드라마로 1995년에 방영됐던 ‘모래시계’ 역시 ‘이정재’라는 걸출한 꽃미남 스타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드라마 제작 당시 연기력이 바닥에 가까웠던 ‘이정재’에게 감독이 요구했던 역할은 대사 없는 과묵의 연기였다. 이후, 모래시계에서의 말 없는 얼굴 연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혹평에 시달리며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기까지 이정재가 걸었던 길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 ‘예쁜 남자’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준기. <사진출처 : 네이버>

2006년 한국에서도 ‘왕의 남자’ 열풍이 거세게 불어 닥치며 ‘이준기’라는 수퍼 스타가 탄생했다. ‘스크린 쿼터제 축소’와 관련, 얼마 전 대통령까지 만났던 이준기의 인기 열풍도 앞서 소개한 선배 스타들이 걸었던 길 못지 않게 화려한 듯 하다. 거리에는 온통 그의 포스터 사진과 광고가 흘러나오고, 잡지와 신문에선 온통 그의 이야기로 가득하니. 그러나, 경험적으로 비춰볼 때, 이 같은 열풍은 장기적으로 그의 연기 인생에 있어 독으로 작용할 공산이 더욱 크다. 연기보단 미모로 칭찬받는 그의 인기에서 이미 미래의 운명이 절반 이상 그려졌다고나 할까? 까다로운 우리 관객들 앞에서 어떤 모습으로 ‘아름다운’ 이미지를 극복할지 벌써부터 걱정되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