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밤, 우연히 켠 라디오에서 ‘Dream a little dream of me'가 흘러 나왔다. 왠지 모르는 반가운 기분에 볼륨을 높였다. 노래를 타고 ‘프렌치 키스'를 관람하던 순간이 아련히 떠올랐다. 그 때 단짝 친구와 보면서 얼마나 기분 좋은 상상에 빠졌던가! 우리는 영화의 주인공인 ‘맥 라이언'이 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었다. 영화 속에 삽입되었던 노래 하나로 옛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오래된 영화 속의 한 장면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은 일임에도 OST(Original Sound Track)는 신기하게도 장면과 분위기를 떠오르게 한다. 특히 오래된 OST에는 철 지난 유행가에는 없는 연륜과 기품이 묻어난다. 흘러간 유행가가 전달해 오는 이미지가 개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이라면, OST가 주는 이미지는 영화의 한 장면과 개인의 경험이 뒤섞여 어딘지 모르게 몽환적이고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이젠 고전이 되어버린 ‘시네마 천국'의 ‘Love theme'나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Moon River', ‘사브리나'의 ‘장미빛 인생'은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사랑받는 명곡으로 남았다. 그뿐인가. 영화 속에서도 OST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가 웅장하게 울리는 메인테마 음악 없이 뛰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무엇인가 빠진 듯 무척 어색할 것이다. 한국영화에서도 OST의 역할은 분위기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97년 개봉한 ‘접속'에 삽입된 ‘Lover's concerto'는 영화의 세련된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영화 속 슬픈 분위기를 잘 살린 ‘약속’의 ‘Good bye’, 자칫 딱딱한 첩보이야기로 비쳐질 수 있는 이야기인 ‘쉬리’는 애절하고도 부드러운 ‘When I dream’을 삽입해 이루어질 수 없는 두 남녀의 사랑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요 몇 년 사이에는 외국의 팝송을 한국 영화에 차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따로 제작해 삽입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클래식’의 ‘그랬나봐’, ‘태극기 휘날리며’의 ‘We', ‘왕의 남자’의 ‘인연’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자체 제작한 주옥같은 우리 음악이 삽입된다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현상이다. 혹시라도 십년 뒤, 그 누군가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한국영화의 OST를 듣고 필자처럼 짧은 감상에 젖을 수 있다면, 영화는 오랫동안 좋은 영화로 기억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OST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마음의 휴식’이다. 일상의 복잡함에 질렸다면 잠시 라디오를 켜고 OST를 들어보자. 그리고 영화를 보던 그 때를 떠올리며 잠시 감상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