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유추 강요하는 ‘마술 문장’ 줄여야
단 한 줄의 부연 설명도 독자들에겐 큰 도움 돼

“옛날 어느 마을에 마음씨 착하고 부지런한 나무꾼이 살았어요.”
“어느 날 높은 산으로 간 나무꾼은 아주 좋은 나무 한 그루를 찾았어요.”
“자, 그럼 일을 시작해 볼까?”
“쿵, 쿵, 쿵!”
“나무꾼은 나무를 하다가 그만 쇠도끼를 연못 속에 빠뜨리고 말았어요.”
“아이고 이를 어쩌나?”
“나무꾼은 엉엉 울었습니다.”
“그 때 연못 속에서 신령님이 나타났어요.”
“어허, 어찌하여 그렇게 울고 있느냐?”
“아이고, 신령님. 제가 그만 도끼를 잃어 버리고 말았답니다. 도끼가 없으면 나무를 못하고,   나무를 못하면 어머님을 모실 수가 없어요.”
5살 아들: (이야기를 듣던 도중 갑자기) “아빠, 나무를 못하면 왜 어머니를 모실 수 없어?
필자: “응, 나무를 못하면, 시장에 가서 내다 팔 나무를 구할 수 없고, 그러면 나무를 팔아       마련하던 돈도 더 이상 못 벌게 되지. 그렇게 되면, 다시 쌀을 사던 돈도 구할 수 없       어서 어머니에게 쌀로 만든 밥을 지어 드릴 수 없잖아.”
아들: “어렵다.”

  어느 날 잠자리에서 동화책을 읽어주던 필자와 큰 아이가 나눈 대화 내용이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던 와중에서 나무를 못하면 어머님을 모실 수 없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아이는 결국 필자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어렵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못한 채 이야기를 지나치게 빨리 전개했던 동화 작가의 잘못을 필자가 대신 지불했던 셈이다.

  이번 글짱 시리즈는 ‘용서 받지 못한 자’에 관한 얘기다. 독자에게 급격한 유추를 강요하며, 자신만 이해하는 문장으로 상대방의 머리 위에 서려는 자들이 그 징계 대상에 속한다.

  한때, 마술 쇼가 명절날 TV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이야 워낙 채널이 많아져서 지상파 TV가 더 이상 과거의 위용과 위세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명절날 가장 보편적인 오락거리는 지상파 TV에서 중계해주는 서커스나 마술 쇼 시청이었다. 눈길을 확 잡아당기는 특이한 복장으로 아름다운 보조 요원들의 도움 속에 진행되는 일류 마술사들의 공연은 자칫 화기애매한 분위기로 흐르기 쉬웠던 명절날 가족 모임을 나름대로 부드럽게 이끌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런 마술 쇼를 200% 즐기기 위해서는 가급적 마술의 비밀에 대한 원초적 호기심을 자제 시키는 요령이 필요했다. 어떻게 마술을 부리는지 파헤치려 덤비다 보면, 결국 있는 그대로의 마술은 즐기지 못 한 채, 화기애매한 분위기만 망쳐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어느 순간 우연히 그 비밀이 노출된 마술은 이미 그 생명력을 상실한 속임수로 초라하게 전락하곤 했다.
  중요한 사실은, 마술 세계의 깜짝 쇼와는 정반대로, 글쓰기 세계에서의 깜짝 쇼는 오히려 독자들을 내쫓는 악재(惡材)일 뿐이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가뜩이나 쉽게 써도 독자들이 끝까지 읽어줄지 말지 가슴을 졸여야 하는 판국에, 여기저기서 마술 같은 깜짝 문장들이 펼쳐진다면 독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다음 문장의 경우를 보자.
  
조세희의 연작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시공간을 뛰어 넘는 구성을 통해 자칫 독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주는 부분도 상당수 담고 있다. 따라서, 이 소설을 제대로 소화해 내려면 ...
  
  어느 학생이 필자의 수업과 관련해, 제출했던 서평 가운데 한 내용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공간을 뛰어 넘는 구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모르긴 해도 ‘시공간을 뛰어넘는 구성’이라는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글쓴이는 어느 정도 이해하리라는 것이 필자의 짐작이다. 정작 중요한 사실은 그러한 글쓴이의 주장과 비평을 이해해야 하는 독자들에게 위와 같이 유추를 강요하는 문장은 의미 없는 단어의 나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독자의 유추 강요는 작게는 하나의 문장에서부터 한 문단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더 보자.

미디어가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여성 관련 뉴스를 다룬다는 지은이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 책을 읽으면서, 언론을 바라보는 관점이 좀 더 넓어졌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책을 좀더 자주 접해야 할 것 같다.

  독자의 유추를 강요하는 ‘마술 문장’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첫 번째 예제에서 보듯,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뭐라고?”형 (“What?”)의 ‘마술 문장’이 그것이다. 반면, ‘왜, 그렇게 됐을까?’라는 호기심을 유도하는 “왜?”(“Why?”)형 마술 문장은 두 번째 유형에 속한다 (위의 두 번째 예제는 이에 해당). 그렇게 본다면, 글쓰기에 있어 독버섯 같은 ‘마술 문장’을 없애기 위해서는 문장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읽어가면서 간혹 발견되는 ‘마술 문장’이 어느 유형에 속하는 지를 먼저 살펴본 다음, 예상되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간단하게나마 풀어줘야 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위의 문장들을 다시 풀어 쓴 다음의 예를 통해 ‘용서받지 못한 자’의 대열에서 한시 바삐 벗어나도록 하자.

조세희의 연작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시공간을 뛰어 넘는 구성을 통해 자칫 독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주는 부분도 상당수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소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용이 순차적으로 전개되기보다 같은 이름의 주인공들이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며 여러 단편들에서 매번 새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이 소설을 제대로 소화해 내려면 ...

언론이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여성 관련 기사를 다루는 행태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 책을 읽으면서, 언론을 바라보는 관점이 좀 더 넓어졌다. 예전에는, 여성의 입장에서 남성 위주의 보도가 얼마나 차별적이고 편파적인지를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는 약자와 소수자의 입장에서 볼 때 언론이 얼마나 일방적으로 지배 계층 또는 파워 엘리트들만의 입장을 대변하는 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책을 좀 더 자주 접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