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학기를 맞아 동아리들의 신입 부원 유치 홍보전이 한창이다. 하지만 개인주의의 확산과 취업난으로 인한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대학문화의 주를 이루던 동아리는 그 위치와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 백찬문 수습기자

개강과 함께 신입생을 유치하려는 중앙 동아리들의 홍보 활동이 뜨거워지고 있다. 김유정관 안에는 십수 개의 동아리가 책상을 갖다놓고 지나가는 신입생들을 붙잡고 있다.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도 김유정관 밖에 천막과 무대를 설치해 동아리들의 홍보를 도왔다. 하지만 무섭 게 불어 닥친 추위와 강설(降雪)은 이들의 활동을 힘겹게 만들었다. 결국, 야외에서 펼쳐질 예정이었던 동아리 홍보는 무산됐다. 어쩌면 이 시련은 한림대 동아리 문화 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는지 모른다.

교내 곳곳에서‘동아리 문화가 죽어 간다’는 소리가 들린다. 신입회원의 숫자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고, 학술분과 동아리들은‘새내기 붙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다. 끈끈했던 동아리 선후배 간의 관계도 소원해져 가고 있다. 개교와 함께 한림의 25년 역사를 지탱해 온 중앙 동아리가 점져위기의 늪’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한림대 중앙 동아리의 변천사를 되짚어 보면 그 변화의 배경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본교가 설립된 1982년에는‘다이제스트’,‘ 봉현회’, ‘불교학생회’,‘ 탁구반’등 17개의 서클(지금의 동아리)이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인 1983년 4월에는 재등록 15개, 신규 등록 9개로 총 24개의 서클이 등록을 마쳤다. 같은 해 9월에는 제1회 비봉축전이 열리면서, 서클에서 진행하는 각종 공연과 전시회가 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1984년 2학기에는 서클의 숫자가 31개로 증가했다. 본보(5호)가 그해 9월, 재학생들의 서클 가입률을 조사해 본 결과, 53.6%의 학생들이 서클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중 두 개의 서클에서 활동하는 학생은 26%였으며, 3개의 서클을 가입한 학생도 6.5%나 됐다.

본교 82학번으로 서클‘타임반’에서 활동했던 고윤순(사회복지) 교수는“80년대 초중반에는 지금과 같이 교외에서 학생들이 즐길 만할 문화가 거의 없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따라서 그 당시에는 학생들이 학교에 대해 높은 주인의식을 갖고 활발한 서클활동을 벌여 나갈수 있었다.

1985년에는 최초로 서클 연합회가 구성됐고, 동아리에 대한 관리도 좀 더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이듬해인 1986년 3월에는‘사회과학토론회’,‘ 산따라물따라’등이 새롭게 등록하면서 서클 수는 41개로 증가했다.

한편, 1980년대 중반은 전국적으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대학생들도 군사정권의 탄압에 반대해 학생운동을 뜨겁게 펼쳤으며, 이는 동아리 문화에도 반영됐다. 동아리 회원들은 사회과학 서적을 돌려 읽으며 동지애를 키워나갔다. 변혁에 대한 열망이 회원들 간의 단합을 이끌었던 것이다.

1988년에 본교에 입학한 심보경(기초교육대) 강사는 “신입생 때부터 선배와 사회과학 서적을 놓고 토론을 벌이며 사회참여에 대한 의식을 높여 나갔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대학생들의 반미 의식도 증가하면서, 1988년 본교에서는‘서클 연합회’갖동아리 연합회’로 명칭을 바꿨다.

회변혁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대학가에는 1993년 문민정부의 출범에 즈음하여 개인주의의‘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공동체 의식은 점차 약해져갔으며 대중문화는 대학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아갔다. 심 강사는“교내에 개인주의적 성향이 확산되면서 동아리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도 점차 소극적으로 변해간 것 같다”고 말했다.

1995년엔 학생회관(현 김유정관)이 완공되면서 학생들의 자치 공간도 늘어났지만, 동아리방의 부족 현상은 지금까지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다. 아무리 넓은 공간이 갖춰져도, 이것이 쇠퇴해져 가는 동아리 문화를 살릴 근본책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 쇠퇴한 동아리 문화 활성화를 위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함께하는 연대의식의 함양일 것이다. 위 사진은 본보 2000년 6월 7일자에 실렸던 동아리 공연 모습이다. / 백찬문 수습기자

‘IMF 위기’가 불어닥친 1997년 이후부터는 대학문화 전체가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다. 대학생들은 동아리를 통한 창조적인 문화의 선도보다는 취업난에 따른 불확실한 미래를 먼저 걱정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인터넷 미디어의 발달은 학생들의 개인주의 성향을 더욱 가속화 시켰다. 2001년 총학생회장을 지낸 허 경(심리학ㆍ졸업) 씨는 “인터넷은 기성문화와 대학문화의 경계를 없애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전했다.

2007년 현재 중앙 동아리는 50여개가 넘는다. 분명 그 숫자는 예전에 비해 증가했지만, 동아리 활동 참여도나 창조적인 대학문화의 창출 면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동아리에서 주최하는 각종 공연, 전시회, 학술행사들의 규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림대 동아리들 전체엶부활의 날개짓’이 절실히 요구된다.‘ 위기와 기회는 항상 공존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힘든 상황을 극복할 대안을 찾아야 한다. 동아리들은 온ㆍ오프라인을 통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회원들 간의 단합을 지속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각 동아리의 특색에 맞춘 알찬 기획으로 대학문화 전체를 회생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시대 상황에 따른 명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동아리 문화의 양적, 질적 변화를 동시에 모색해야 할 때인 것이다.

동연 회장 이대진(경영ㆍ4년) 씨는“신입생들이 적극적으로 동아리 가입 문의를 하지 않아서 많이 안타깝다”며“하지만 올 한해 동아리 회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활발한 정책을 펴, 침체된 동아리 문화를 활성화 시켜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이성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