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됐던 우리나라 사진계가 ‘사진영상의 해’를 맞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1백60여년의 역사를 가진 사진의 변천과 미래 사진의 역할 그리고 앞으로 우리나라 사진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본다.

과거의 사진과 오늘의 사진
21세기 미래 사회의 사진의 역할
한국 사진의 정체성

  과거 어느 때 보다도 사진예술은 급속히 변모하며 발전하고 있다. 1백60여년전, 사진이 지구상에 탄생했을 때 사진은 단순한 기록성에 그 목적을 두었다. 그러나 회화와 똑같이 평면 예술이라는 시각에서 예술추구에 집념한 나머지 1858년부터 1920년대까지는 예술지향적 회화주의에 빠져들었기 때문에 사진의 고유한 창작성을 상실하는 사진의 암흑기를 맞게 됐다.

  그러나 1920년대에 이르러 프랑스의 으젠느 앗제(Eugene Atget), 미국의 알프레드 스티글릿즈(Alfred Stieglizt), 포올 스트랜드(Paul Strand) 등에 의해 사진적 시각을 자각하게 되고 사진 본연의 길로 회귀하면서 급속히 발전한다. 그러나 직선적인 묘사 사진은 기록성에 치우치기 쉬운 단점 때문에 1930년대 이르러서는 예술성을 중시하는 ‘신흥예술사진운동’이 전개된다. 그리고 1936년 라이프지의 창간을 필두로 포토 저널리즘이 각광을 받게 되고 사진이 대중화되면서 ‘사진의 황금기’를 맞는다.

  그 후 텔레비젼 등 영상매체가 출현하면서 포토 저널리즘은 쇠퇴하고 사진은 주관성이 강하게 부각되는 개성적 시각의 사진으로 변모하게 된다. 또 강렬한 사진의 비평적 요소를 도입시킨 윌리엄 클라인(William Klein)과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에 의해 현대사진의 전향점을 맞는 ‘신영상화’가 이 시기에 시작된다. 이어 동서 냉전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념전쟁, 종교분쟁, 민권탄압 등 세계가 혼탁한 사회로 치닫자 현실도피적인 시각으로 사진가의 내면세계와 형이상학적사고를 다루는 슈르레아리즘 사진이 자생적으로 태동한다. 그리고 20세기 말에 가까워 질수록 현실의 기록보다 사진에 대한 자기 표현과 형태미를 중시하는 뉴웨이브나 포스트 모더니즘과 같은 미술의 개념까지 사진예술에 도입해 그 폭을 넓혀가고 있다.

  다시 돌이켜 보건데 과거의 사진은 사진사적으로 반복을 거듭했으며 오늘에 와서는 기존의 전통양식에 대응하고 순수를 추구한다. 또 대상 자체가 은유적으로 피사체를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부류의 사진가들은 자기비판적 형식주의를 강조해 순수성, 명료성을 지향하고 질서와 관련된 모든 것, 특히 과거를 부정한다. 이러한 뉴웨이브의 시각은 전통적인 묘사 사진에서 허구적인 사진으로 이동하며 예술가 개인의 재원에 대한 믿음의 여지마저 깨어져 버린 상태를 풍자한다. 따라서 자신들의 미의식에 따라 어떠한 단편을 이끌어내어 인용함으로써 허구의 공간을 만든다.

  포스트모더니즘 시각은 과거의 형식적 순수주의와 거리의 스냅사진이 갖는 미학적 한계성을 자각하고 매체 중심의 새로운 표현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사진에서 회화, 조각, 설치예술 등의 양식을 절충시키기도 하고 색채조명, 분장, 연출에 의해 극화시키는 등 인위적으로 만드는 사진에 열중한다.

  오늘의 사진은 기록성이냐 예술성이냐하는 단순 대위관계에서 벗어나 타예술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소위 ‘찍는 사진’이 아닌 ‘만드는 사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다큐멘터리 사진도 단순한 기록의 한계성을 벗어나 개인의 창의적 시각이 깊게 이입된 사진으로 변화하고 있다.
/ 홍순태(신구전문대학 사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