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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야기] 낭만 가득한 자연으로 돌아가시죠!
신혜경 교수  |  shinh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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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4.13  18: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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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을 보는 남녀>(1824)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이렇듯 살아 숨쉬는 듯한 자연을 화면 가득 담아낸 독일 낭만주의의 대표적 화가이다. 그의 풍경화에서 자연은 더 이상 인간 존재를 꾸며주기 위한 무대배경이 아니다. 그것은 고귀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로서 이제 그림의 주인공이 되어 전면에 등장한다. 그렇기에 그의 회화에 등장하는 인간은 그저 뒷모습으로서만 보여질 따름이다. 그들은 신비스러움과 숭고한 정신성을 지닌 자연의 정기를 호흡하고 자연과의 일체감을 회복함으로써만, 상처받고 조각난 자신의 인간성을 다시금 충일하게 치유할 수 있다.

이처럼 유기적 생명체로서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은 근대 계몽주의의 이성 중심주의에 대한 반발로서 등장한 낭만주의 사상의 요체이기도 하다. 계몽주의란 한마디로 인간이란 합리성을 지닌 존재라는 것, 그러한 인간은 이성을 바탕으로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자연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럼으로써 결국 인간의 삶은 보다 해방될 것이며 역사는 진보할 것이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근대적 인간관과 자연관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 바로 데포우의 <로빈슨 크루소>(1719)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에 홀로 떨어진 한 인간이 온갖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이성적 힘으로 자연을 통제함으로써 멋지게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일깨워준 근대 개인주의의 주체성의 신화다. 여기서 자연은 마치 하나의 기계처럼 인간의 필요를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생산되어야할 대상으로 여겨질 따름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서구의 근대적 합리성이 이룩해놓은 산업화, 도시화, 대량 생산체제의 발전 및 자연지배는 애초의 기대처럼 그렇게 진보적이고 낙관적인 결과만을 낳은 것은 아니었다. 극단적인 물질주의와 무자비한 개인주의가 판을 치고 노동의 비인간화와 사물화가 확산되었으며 자연은 인간의 생존마저 위협할 만큼 파괴되었다. 바로 낭만주의는 이러한 사회현실에 대한 불만과 거부 속에서, 다시 말해 근대 자본주의체제의 부정성에 대한 부정의 표현으로 출현하였다. 특히 혁명의 실패에 대한 환멸과 정치적 불안 속에서 낭만주의는 비현실적 관념세계를 지향하고 과거지향적이고 신비적인 세계에로의 도피적인 경향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따라서 음산하며 환상적인 주제가 유행하고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비극성을 쉽게 극화할 수 있는 주제들, 무의식적인 것과 상상적인 것, 무시무시한 것과 신비스러운 것에로의 도피, 유년시절과 자연, 꿈과 광기에로의 도피 등이 싹트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구호는 결국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 시대적 발전에 저항하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문명적 인간이란 하나의 퇴화이며 문명화의 전 역사란 본원적인 인간운명에 대한 배반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프리드리히의 <달을 바라보는 남녀>(1824)는 이러한 낭만주의적 자연관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 그림은 달밤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정신과 자연이라는 숭고한 존재와의 합일을 향한 끊임없는 여정을 촉구하는 것이다. 모든 문화 속에서 달이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던 것처럼, 프리드리히에게서도 달은 세상의 영혼이 발현하는 곳이었다. 그림 속에서 절벽 끝에 멈춘 달은 어떠한 초월적인 정신세계를 상징하듯, 음산한 어둠 속에서 신비로운 영혼의 향기를 뿜어댄다. 질듯 말듯 아득한 저 너머에서 지상의 어둠을 숨가쁘게 빨아들이는 저 달빛은 이성의 기획이라는 미명 하에 무참하게 살육 당한 자연의 숨결이 전하는 애가(哀歌)이지는 않을까.

/ 신혜경(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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