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시사저널 사태로 인해 언론사의 편집권 침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현재 시사저널 기자단은 국내 최초로 언론노조를 결성해 자신들의 편집권을 사수하기 위해 파업 중이다. 본보에서는 오는 20일 파업 100일째를 맞는 ‘시사저널’의 고재열 기자를 지난 6일 서울프레스센터 노동 조합실에서 만나 현재 우리나라의 ‘자본권력과 언론’의 관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시사저널 고재열 기자

지난 2006년 6월, 삼성의 청탁을 받은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이 비밀리에 인쇄소에서 ‘삼성 관련 기사’를 삭제한 사건이 벌어졌다. 문제의 발단은 경제부 이현철 기자가 쓴 ‘삼성 2인자 이학수의 힘, 너무 세졌다’라는 3쪽짜리 경제면 기사였다. 그 뒤 이윤삼 편집국장이 항의성 사표를 제출했고, 기자들 또한 경영진과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무기정직 및 출근 금지 등의 징계를 받은 상태다. 또한 금 사장은 시사저널 발행 중단을 막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대체 인력을 꾸려 지난 1월 8일부터 소위 ‘짝퉁 시사저널’을 찍어내고 있다.

다음은 현재 ‘시사저널’ 노동 조합실에서 활동 중인 고재열 기자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Q : 기사 삭제 사실을 알았을 때 첫 심경은 어땠는가?
A : 처음 기사가 삭제됐다는 전화를 받고 ‘오죽 다급했으면 인쇄소까지 가서 기사를 없앨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당시엔 사태가 심각해질 줄 짐작을 못했기 때문이다.

Q : 금 사장은 왜 기사를 삭제했는가?
A : 금 사장과 삼성의 이학수 부회장은 고대 동문으로 평소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 삼성 관계자로부터 ‘이학수 부회장 관련 기사’가 나간다는 말을 듣고 이학수 부회장 보호 차원에서 일을 벌인 것 같다.

▲ 시사저널 고재열 기자

Q : 금창태 경영진 쪽에서 뜻을 굽히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 금 사장은 얼마 전 노조가 제시한 ‘편집권과 경영권의 분리’, ‘기자들의 징계철회’ 사안을 최종 거부를 했다. 이건 기자들도 다 바꾸고 편집권을 마구 휘두르겠다는 심상이다.
이것도 부족해 금 사장은 기자들에게 무릎 끊고 석고대죄 하라고 요구한다. 우리가 석고대죄를 안 한다면, 절대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Q : 기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왔나?
A : 합법적인 파업을 하기 위해 지난 1월 ‘시사저널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또한 ‘시사모(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원들과 거리로 나가 금 사장의 부당한 행동을 고발했다. 우리가 더 강하게 뭉칠수록 금 사장에겐 정신적 압박을 줄 것이다.

Q : 자본 경제가 지배하는 구조 하에 언론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어떠한가?
A : 가능성은 매순간 변한다. IMF 이후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더욱 광고주에 의존했다. 60년 대 초, 언론이 독재정권에 의한 ‘정치권력’을 겪었다면 이젠 거대 자본 우선의 ‘경제권력’이다. 시사저널의 경우, 광고보단 정기구독자 수가 수입에 영향을 더 끼친다. 하지만 일간지의 수입은 광고주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우리와 상황은 좀 다르다.
삼성의 최고의 기업임은 자부하지만 거대 광고주라는 이유로 (언론 쪽) 힘을 쓰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게 먼저다.

Q : 이번 사태를 통해 올바른 언론구조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의견에 동감하는가?
A : (웃으면서) 어찌 보면 자본 권력의 ‘희생양’일지 모르겠다. 기자들이 뜻을 모아 ‘펜이 돈보다 강하다’라는 화두를 던졌다는 데에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지?
A : 기자들 모두 시사저널 제호를 다시 찾길 바란다. 하지만 금 사장과 절대 같이 일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그가 물러나길 원한다. 기자들도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독립매체, 즉 ‘참시사저널’을 만들 생각이다.

/ 글 : 신혜리(언론ㆍ3년) 리포터
 사진 : 김도엽(숭실대)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