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만 갈수록 편해져요.”

필자가 일본어 학습 시절에 만났던 일본인 회화 선생 아사노 카나는 우리말의 띄어쓰기에 대해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일본어에는 없는 규칙인지라 매우 생소하지만, 단어와 단어 사이를 명확하게 해 주기에 비록 한자가 눈에 띄지 않아도 일본인으로서 한국어를 익히기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고 보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럭저럭 붙여 써도 좋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띄어쓰기의 마지노선이 있다. 마치, 이 정도는 익혀야 뭘 좀 알고 있는 이로 대접받는 것처럼. 해서 이전의 띄어쓰기 1, 2탄에 이어 이번에는 항상 헛갈리기 쉬운 보조사의 4대 천왕을 뽑아 소개해 보도자 한다.

학자에 따라서는 ‘특수사,’ ‘후치사,’ ‘첨사’ 등으로 부르기도 하는 보조사는 외솔 최현배 선생이 20세기 초에 이름 붙인 품사이다. 주격이나, 목적격 등 어느 한 가지 격에만 한정되지 않고 여러 격에 두루 쓰이며 명사는 물론이고 부사나 동사 뒤에도 통합되어 쓰이기에 성격과 명칭 규정을 놓고 학자들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빚어지는 문제아(?)이기도 하다. 그런 보조사는 이미 고대 이두 표기에서부터 나타나고 있어, 역사적으로도 상당한 연륜을 과시하는 대상이다. 물론 당시에는 띄어쓰기가 아예 없던 한자시대이긴 하지만.

그런, 보조사들 가운데 띄어쓰기의 난이도면을 놓고 볼 때, 필자가 꼽는 4대 천왕이 있다. 적어도 열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반드시 혼동하거나 헛갈려하는 ‘보다,’ ‘만큼,’ ‘대로,’ ‘든지’가 그 대상이다. 이 가운데 ‘만큼’은 이전에 의존명사 띄어쓰기 편에서 소개한지라 여기에서는 생략하겠다.

‘보다’는 4대 천왕 가운데에서도 셋 중 둘은 쉽사리 함정에 빠지고 마는 최대의 난적(難敵)이다. 부사와 보조사의 형태를 모두 지니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부사로만 인식해 띄어주는 있는 실정이다. 다음 문장을 보자.

보기보다 힘이 세지만, 보다 열심히 역기를 들어라.

여기에서 앞의 ‘보다’는 비교를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로 명사 뒤에 붙는 반면, 뒤의 ‘보다’는 ‘더욱’이라는 의미로 쓰인 단어여서 생략해도 문맥상 지정이 없는 부사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예전에 앞과 뒤의 품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예를 들어, ‘보다’의 앞에 비교 대상이 되는 체언이 있으며 보조사로 인식해야 한다고. 그러나 실제로는 비교용 보조사를 띄어 쓰는 경우를 실생활에서 많이 접한다.

두 번째로는 체언 뒤에 붙어 앞에 오는 말에 근거하거나 달라짐이 없음을 나타내는 보조사, ‘대로’를 들 수 있다. ‘대로’ 역시, 생각보다 헛갈리는 대상이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각자 움직이도록 하자.

역시, 앞의 ‘대로’는 명사 뒤의 보조사, 뒤의 ‘대로’는 동사 뒤의 의존 명사이다. 마찬가지로, 뒤의 ‘대로’를 띄어쓰기 보다 붙여 쓰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선택을 나타내는 보조사, ‘든지’를 들 수 있다.

과일이라면 후식으로는 사과든지 배든지 아무 상관이 없다.
 
그렇다면 본문에서 보조사를 잘못 띄어 쓴 경우는?

마지막 부분의 “마찬가지로, 뒤의 ‘대로’를 띄어쓰기 보다”를 “띄어쓰기보다”로 고쳐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