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국의 9월과 달리 호주는 이제 ‘겨울 내 잠자던 곰’이 깨어나는 형세일 것이다. 각종 레스토랑들이 10월~11월부터 밀려들 관광객 맞이할 준비로 분주한 시기이다.  남보다 빨리 뛰거나 혹은 운이 좋아  벌써 직업을 구한 이도 있을 것이며 비수기였던 겨울 내 학교를 다니며 영어실력을 갈고 닦았던 이도 있을 것이다. 자~ 이젠 기지개를 켜고 찬바람을 헤쳐가며 이력서를 돌려보자. 이번 호에서는 필자가 경험한 첫번 째 일자리와 집을 소개해 본다.

 필자가 시드니에 발을 내딛은 것은 3월 중순. 미리 싸이월드 클럽으로 알게된 동호회 사람의 소개로 한국분이 거주하는 곳에 1주일간 단기 쉐어를 하며 집과 일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호주를 너무 만만히 본 것인지 아니면 내 자신의 실력을 너무 자만 했는지 일자리 찾기는 만만치 않았다. 일단 ‘호주나라’  일자리 알선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나름의 소신이 있었다면 한국인 고용주 밑에서 일하는 것은 ‘No'. 시간당 8~9달러(트레이닝 시 7달러)를 받으며 한국 식당에서 파트타임을 하는 것은 내가 호주에 온 목적에 전혀 부합되지 않았다. 한 차례 외국인이 운영하는 카페의 일자리를 구하기도 했지만 집이 멀어 출퇴근 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카페 근처로 이사 온 뒤 찾아오면 바로 일자리를 주겠다 했지만 그 부근으로 이사할 것도 확신할 수 없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며칠을 돌아다니고 나니 기운도 빠지고 돈도 떨어져갔다(호주 도착할 때 내가 가지고 있던 돈은 한화로 180만원 정도였다).

 ‘당분간 한국인 밑에서라도 일 해야 하나?’ 라는 생각으로 달링 하버(시드니 관광지)를 걷던 중 꽤 규모가 있는 식당에 들어서게 됐다. 물론 ‘종업원 구함’이라는 문구는 없었다. 주인은 캄보디아 사람으로 호주에 온지 40년이 넘는 할아버지였고, 그다지 인자해 보이진 않았다. 내  소개서를 살펴보더니 내일 와서 ‘트라이(TRY)'를 해보란다. -호주에는 보통 사람을 바로 채용하지 않고 채용 전 경력을 검증하곤 한다. 2-3시간 길게는 5시간 정도 일을 시켜보고는 고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돈이 궁색했던 지라 10달러+팁(트라이에 임하면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곳도 있다)이란 페이로 일단 트라이에 임했다. 나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카페 주인은  흡족스러워 하며 나를 고용했다. 몽골리안 바비큐(셀프로 가져가면 주방장이 커다란 철판에 요리해주는 스타일)를 주 메뉴로 하고,  타이, 베트남 등 아시안 스타일의 퓨젼 요리를 했던 그 식당의 손님은 대부분 현지인 혹은 관광객들이었다. 종업원들도 타이, 베트남, 중국, 호주 등으로 다양했다. 주말이 아니면 한가한 편이라 손님들과 얘기할 시간이 많아 이곳에 당분간 머물며 다음 일자리를 찾기로 결심했다.
  
 그렇다면 집은? 일주일로 약속했던 쉐어 집은 1주일간 더 연장을 했고 본다이 비치(시드이 유명 해변)에 마음을 뺏긴 필자는 그 근처로 방을 찾기 시작했다. 방을 찾을 때는 한국 사이트를 완전 배제했다. 각종 외국 사이트를 찾아보고 시드니 학생 정보센터에 가서 전단지 등을 보고 전화를 걸어 찾기도 했다. 몇몇 괜찮은 방들이 눈에 띄었지만 일자리 근처로 구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본다이의 방들은 포기해야만했다.
 
 그리고 나서 찾은 제니의 첫 방과 플랏메이트(flatmates)  얘기는 다음편에 공개하도록 하겠다.

/ 김정욱(언론학과 01학번, 06년 졸업) vitamin8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