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舊韓末)의 정치인이자 개화 운동가였던 유길준은 한국 최초의 국비 유학생이었다.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유명했던 그는 공무(公務)로 일본, 미국을 다녀온 뒤 정쟁(政爭)에 휘말리며 가택 연금을 당하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권의 책을 펴냈다. 당시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후대에 와서 그 가치를 십분 인정받았던 기행문, 「西遊見聞」(서유견문)이 그것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유길준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문학자로서 무려 30여년간의 연구 끝에 「大韓文典」(대한문전)이라는 국어 문법책도 내놓았다는 사실. 그런 그가 정립한 여러 국문학적 개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조동사’였다. 영어의 can, may, shall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 용언을 도와 주는 개념의 보조 용언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국문학자 최현배가 유길준의 ‘조동사’ 개념은 “보조 동사뿐만 아니라 어미나 보조 어간까지 포함해 크게 잘못돼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길준의 ‘조동사’는 대체 용어, ‘보조 동사’로 명칭이 바뀌었다.

「한국인의 글쓰기」에서 띄어쓰기와 관련해 제시하는 마지막 4탄은 유길준의‘조동사’에 해당하는 ‘보조 동사’ 이야기다. 사실, 보조 동사는 말 그대로 앞의 동사를 보조해주는 역할을 하는 품사이다. 그렇다면, 보조 동사의 띄어쓰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가장 쉬우면서 원칙적인 방법은 무조건 띄어 쓰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보조 동사를 구별해 내기가 보기와 달리 녹녹치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다’의 경우를 보면, ‘하다’가 ‘생각+하다,’ ‘착+하다,’ ‘산뜻+하다,’ ‘아파+하다’ 등과 어울릴 때는 각각 명사, 형용사, 부사, 아/어 동사 뒤의 접미사로 붙어야 옳다. 반면, ‘마음이 고와야 한다,’ ‘일을 하려 한다,’ ‘얄밉기까지 하다,’ ‘예쁘기만 하다’ 등에서는 띄어 써야 옳다. 동사가 이미 앞에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합성 동사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것도 보조 동사용 띄어쓰기를 실행하기 위해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 보조 동사인지 아닌지 혼동되는 경우에 먼저 합성 동사의 여부를 따지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철수는 밥을 먹고 잤다”에서 ‘먹다’와 ‘잤다’는 각각의 동사지만, ‘떠나가다’처럼 ‘뜨다’+’나다’+’가다’가 합성된 용언은 반드시 붙여 써야 한다. 그렇다면, 합성 동사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우선 사전에 나와 있는지의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드나들다’는 사전에 있을 터이니 당연히 합성 동사로 파악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평소에 혼동하기 쉬운 보조 동사의 3대 마왕, ‘듯하다.’ ‘만하다,’ ‘성싶다’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 3대 마왕은 보조 동사인지라 보통 때는 반드시 하나의 단어로 붙이되 앞의 본 용언과는 띄어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이들도 쪼개져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어근에 해당하는 ‘듯’,’ ‘만,’ ‘성’에 조사가 붙는 경우다. 이는 이들 어근에 품사 자체가 의존 명사로 바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 듯하다 → 올 듯도 하다
올 만하다 → 올 만도 하다
올 성싶다 → 올 성도 싶다

처럼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배운 것을 복습하는 의미에서 다음 문장의알맞은 띄어쓰기 개수는 몇 개일까?

상황이 상황인지라 당장 들이받을만도했다.

정답: 2개. (상황이 상황인지라 당장 들이받을∨만도∨했다)
‘들이받다’는 합성 동사, ‘만하다’라는 보조 동사는 ‘만’ 뒤에 보조사 ‘도’가 있기에 뒤의 ‘했다’를 띄어써야 함.

참고 문헌:
김용석 (1983). 한국어 보조동사 연구. 배달말, Vol.8, No.1, 1-33.
한글학회, 한글맞춤법 띄어쓰기 규정: http://person.mct.go.kr/person/data/person_view.jsp?cp_seq=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