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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짱] 엉터리 문장 죽이기 II밥상에 사탕 내오는 ‘동가 부조화의 원리’와 부적절한 단어 쓰는 ‘일물일어의 원칙 위배’ 피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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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엉터리 문장 죽이기’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제아무리 두보(杜甫)나 이백(李白)이라 할지라도 변명할 여지조차 없는 주어-목적어-술어 간의 불호응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늘은 그 속편에 해당하는 ‘엉터리 문장 죽이기 II’이다. 굳이, 따지자면 「수학의 정석」‘기초’편보다 한 단계 위인 ‘실력’편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사실, ‘엉터리 문장’은 여간 해서 박멸되지 않는 바퀴벌레 같은 존재다. 더욱이 그 유형도 다양해서 일일이 분류하고 나열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주-술-목 불호응과 함께 대표적인 엉터리 문장 3인방의 나머지 두 유형으로 ‘동가(同價) 부조화’ 및 ‘일물일어(一物一語)의 원칙 위배’를 꼽아 볼 수 있다.
먼저, ‘동가(同價) 부조화’란 단어의 대등성에 관한 것이다. 쉽게 말해, 밥상에 사탕을 내오거나 복숭아, 사과를 깎아 놓은 과일상에 수박을 통째로 올려 놓는 행위에 관한 이야기이다. 십중팔구, 열거를 할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아가 그 대상에 속한다. 다음의 경우를 보자.
서울과 부산, 무등산에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있다.
오빠는 직장에 가지만, 나는 공부하러 간다.
이메일 점검하기, 식사, 등교 준비가 나의 주된 아침 일과다.
첫 번째 문장에서는 서울, 부산이라는 대도시와 함께 한라산을 집중호우의 장소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문맥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단어의 대등성을 고려해 볼 때 엄격한 의미에서 엉터리 문장이므로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 서울과 부산, 광주에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두 번째 문장의 경우도, 앞 부분에서 목적지가 나왔기에 뒤에도 목적지가 따라와야 한다. 하지만, 위의 예문에서는 행위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 문장 역시, 핵심 체언들의 값을 같은 수준으로 맞춰줘야 한다.
→ 오빠는 직장에 가지만, 나는 학교에 간다.
마지막의 경우도 여러 행위에 대한 표현을 하나로 통일해서 ‘~하기’로 나가든가, 아니면, ‘단독 명사’로 깔끔하게 마무리해줘야 한다.
→ 이메일 점검하기, 식사하기, 등교 준비하기가 주인공의 주된 아침 일과다.
→ 이메일 점검, 식사, 등교 준비가 주인공의 주된 아침 일과다.
엉터리 문장 3인방의 마지막 주자로는 ‘일물일어(一物一語)의 원칙 위배’를 들 수 있다. 좀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일물일어의 원칙’이란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로 꼽히고 있는 프랑스의 근대 문학 소설가, 플로베르 (Flaubert)가 ‘하나의 사물을 나타내는 단어는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법칙이다. 다시 말해, 부적절한 단어의 쓰임새는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음의 예를 보자.
언론사에 선정주의가 만연해 있다.
친구에게 훈계했더니 사이가 서먹서먹해져 버렸다.
그렇다면, 위의 예제들은 어떻게 바꿔줘야 할까? 다음의 정답을 보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유추해 보도록 하자.
→ 언론에 선정주의가 만연해 있다.
→ 친구에게 싫은 소리를 했더니 사이가 서먹서먹해져 버렸다.
‘일물일어의 원리 위배’는 주로 1) 쓰고 싶은 단어였기에 무리해서 동원하거나, 2) 별 생각 없이 그냥 등장시키는 경우에 발생한다. 그러고 보면, 글짱들은 단어 하나, 문장 하나도 결코 그냥 지나가지 않는 법. 그럼, 다음 글은 엉터리 문장에서 몇 번째 유형에 속할까? 그리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정답은 몇 면에)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은 마지막 삶이 죽음으로 인도되는 과정이다.
참고문헌
임재춘 (2004).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 마이넌.
배상복 (2005). 「문장기술」, 랜덤하우스중앙.
정답: 엉터리 문장 유형 2 + 3. ‘모습’과 ‘과정’의 단어 값이 결코 같지 않다. 보다 자연스럽게 고치려면, ‘모습’이나 ‘과정’이라는 단어들을 하나로 통일하거나 둘 중 하나를 아예 빼 줘야 한다. 예를 들면,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은 마지막 삶이 죽음으로 인도되는 모습이다.’ 또는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은 마지막 삶이 죽음으로 인도되는 것과 같다”와 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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