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극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그린 『고도를 기다리며』,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 두 작품은 희곡이란 장르와는 좀 다르다. 그러나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기 위해 나온 작품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목적을 가지며 특히 위의 두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는 작년에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돼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던 작품이다.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는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다리오 포의 작품으로 연극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파시스트 그룹이 아내를 납치해 그 아내가 윤간까지 당하게 된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끝임없이 작품활동을 했던 다리오 포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리에서도 즉흥극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우리의 고정된 웃음의 개념, 윤간의 슬픔 등 여러 감정을 깨가며 삶을 살아간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도 그런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는 정의구현을 이야기하는 형사들, 정부, 그리고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그들의 꼭둑각시 노릇을 하고 살아가는 집단 안에 한 미친사람이 끼어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형사들은 취조 도중 무고한 사람을 죽이게 되고 그 안에서 사건의 책임을 서로 회피한다. 하지만 미친사람에 의해 그들 자신이 정부의 꼭둑각시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또다시 미친사람의 속임수에 휘말리고 만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린채 시종 타의에 의해서만 움직이게 된다. 처음에는 정부를 따르고 나중에는 미친사람을 따른다. 정부나 미친사람 둘 다 결국 똑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이 작품의 내용은 우리의 현실과도 비슷하다. 현실이라는 미명 아래 자신을 억압하고 규제하는 현대인들 그들은 미친사람을 추종하는 형사들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우리 젊은 대학생들도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려면 필수적인 몇 개의 자격증을 따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삶은 우리가 생각하기엔 바른 삶이 아니다. 올바른 길이 사회의 보편적인 상황에 의해 그 의미가 무색해지는 경우가 있지만 올바른 길은 정부의 길도 아니고 미친사람의 길도 아니다. 올바른 길은 우리의 생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바로 풍자극을 바라보는 방법인 것이다.

  이 작품은 『남자충동』이후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안석환씨의 연기와 소극장 안에서 바삐 움직이는 배우들의 동작선을 관심있게 보면 더욱 더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 한림극회 11기 김지원(수학과·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