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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 한 순간을 위한 지름길은 이제 그만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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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2.10.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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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에 강촌 구곡폭포에 놀러갔다가 길옆에 ‘문배 가는 길’이란 표지판을 봤다. 구곡폭포에는 몇 번 가봤지만 산너머에 외떨어져 몇 가구만 살고 있다는 문배마을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그날은 그곳에 가보리라 마음을 먹고 표지판이 향한 길로 접어들었다.

  가파른 고갯길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인지 길은 산꼭대기를 향해 지그재그로 나 있었는데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 답답했던 누군가가 일직선으로 올라가는 지름길을 만들어 놓았고 그 위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이 역력했다. 나도 처음에는 그리 질러가면 덜 힘들겠다 생각했지만 곧 마음을 바꿔 원래 문배마을로 가도록 닦아 놓은 길을 택하기로 했다. 산을 반쯤 올라가서 뒤돌아보니 구불구불 아름답게 나 있는 길의 모양을 망가뜨린 곧은 지름길이 흉해 보였고 내가 그것을 또 한번 다져놓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가는 것에 너무나 집착하는 우리의 모습들이 문득 떠올랐다. 며칠 전 뉴스에서 10대 소년 두 명이 후배 중학생을 납치해 목졸라 죽이고 그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려다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한 행동의 이유가 오토바이를 사서 멋있게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태연한 말에 더욱 기가 막혔다. 누구나 자신의 현실과 이상적모습 간에 괴리가 생겼을 때 우울해진다.

  그러나 그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 자기가 원하는 것을 향해 무조건 돌진하는 행동이 요즘 젊은이들이 강조하는 ‘한다면 한다’는 태도로 착각돼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가 어떤 일을 하는 과정보다는 결과와 업적만을 지나치게 강조해왔기 때문에, 학생들은 문제가 주어지면 모범답안부터 먼저 뒤적거리게 되고, 취미로 뭘 배울 때에도 속성만을 찾게 됐다.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만 비슷하면 보상을 해줬기 때문에 정식으로 차근차근 공을 들이는 사람들은 바보처럼 여겨진다. 빨리 해치워서 이뤘지만 결국 무너지고야만 부실공사, 그리고 그것을 되풀이하면서도 지름길만 찾아다니는 우리의 습성과 요즘 겪고 있는 ‘IMF 위기’는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대학에서도 그러한 ‘지름길 행동’은 많이 목격할 수 있다. 숙제를 많이 내주고 꼼꼼하게 지도하는 교수의 수업은 학생들이 회피하는 것이 현실이며, 강의실 책상에 커피를 엎질러 놓고는 닦지 않고 그냥 가버리고, 부모님의 것으로 보이는 차로 교내에서 시속 50킬로로 ‘폼나게’달리고, 게시물을 눈에 더 잘 띄게 하려고 건물안의 괜찮은 벽들에 거대한 포스터를 붙이고, 과방에서 짬뽕을 시켜먹고 복도에 냄새를 풍기며 빈 그릇을 전시하고 있다. 모두 당장의 만족을 위한 행동들이다.

  자기 이상에 도달하는 길은 때로는 무척이나 길로 고통스럽지만 그 길로 가야만 진정한 내재적 동기가 발휘될 수 있는 자기가 몰입되는 체험할 수 있다. 그렇게 닦아놓은 길은 어느 대리석 못지않게 견고하고 반짝이는 재산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앞으로 그렇게 공들여서 제대로 된 길을 가는 사람에게 더 큰 보상을 해줘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그것을 먼저 실천하자. 남의 것으로 빛을 보려는 사람은 비겁한 사람이라고 용기 있게 말하고, 처음과 끝을 마무리할 줄 알고 타인을 배려해주는 사람은 손을 들어 칭찬해주자.

  이제는 지름길로만 가지 말고 제대로 난 길로 한번 가보자. 거기에 무슨 나무들이 자라고 있으며 얼마나 아기자기한 고갯길이 나있는지 다리가 좀 더 아프더라도 직접 체험해보기를 권하다.

/ 조은경(심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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