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여행 중 조금은 지루함을 느낄 무렵, 이대로 있다가는 호주에 돌아가서 후회할 것만 같은 생각에 어디론가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배낭을 메고 떠난 곳이 내가 머물던 곳에서 서쪽으로 횡단해야 있는‘그레이 마우스’라는 작은 도시였다.

그레이 마우스 역시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었지만‘크라이스처캄에서 동서로 횡단하는 열차를 타면 보여지는 아름다운 경치에 본래의 목적지를 뒤로 하고 잠시나마 들르게 되는 곳이다. 그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그리고 서부지역에는 뉴질랜드의 인기 스포츠인‘Ice Walking’을 체험하려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시기적으로는 비성수기였지만 도시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레이 마우스에 도착하자마자 필자는 우선 이 마을의 자랑거리인‘맥주 마을 투어’를 신청했다. 이 투어 중에 아주 쾌활한 성격의 미국인 친구를 만났는데, 서로 숙소가 달라 긴 시간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시음하라고 건네주는 맥주를 서로 홀짝거리며(사실은 벌컥벌컥)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의 또 다른 맛이란 이처럼 생전 처음 만나는 이들과도 오래된 친구처럼 정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 일 것이다.

지리를 잘 몰라 지도를 보고 이리저리 헤맨 끝에 찾은 숙소는 다양한 동물 모양으로 꾸며진 방들로 가득했다. 내 방은 펭귄 방이었는데 이불과 베개 등 작은 소품들까지 모두가 펭귄 모양으로 꾸며져 있었다.

배가 고팠던 나는 숙소에서 받은 BBQ 쿠폰을 들고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뒤 돌아온 숙소는 한 무리의 여행객이 도착해 시끌벅적했다. 그들중 몇이 내 옆 방에 투숙하게 됐는데 나를 보자마자 저녁을 먹었냐며 술 한잔 하러 가자고 했다. 그들을 따라 간 술집(pub)에는 각 나라(대부분 영국)에서 온 사람들로 가득했고 그들은 술과 음식을 먹으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 역시 그들과 합류해 따분할 수 있었던 저녁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하룻밤이었지만 나름 친해진 그들이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난다는 말에 무척 아쉬웠다‘. Good Luck’이라는 인사를 남기고 다음 목적지로 떠나는 그들에게나 역시‘다음에 또 만나요’라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다음날 나는‘호키티카’라는 작은 해변가 마을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도 독일과 스위스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 급속히 친해진 우리는 한 밤중에 누에가 실을 만드는 광경을 보러가기도 했고, 일출을 보러 해변가에 가는 등 함께 마을을 구경하며 오래된 친구처럼 친분을 쌓아갔다. 하지만 여행객이라는 신분이라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다시 헤어져야 했고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그린스톤(초록색
옥)을 서로 주고 받으며 각자의 발걸음을 옮겼다.

크라이스 처치로 돌아온 내게 호주로 돌아가기까지 1주일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동안‘호키티카’에서 만났던 스위스인‘알린’을 초대해 눈을 맞으며 야외에서 온천욕을 하는 등 서로에게 잊지 못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마침내 뉴질랜드를 떠나 호주로 돌아갈 날이 됐다. 잠시나마 친하게 지낸 사람들과 헤어진다 생각하니 아쉬움에 눈물이 났다.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를 탈 때까지 그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여행에서 얻는 것 중 가장 값진 것은 아마도 사람이 아닐까 생각됐다.

뉴질랜드 여행을 정리해 보면 미치도록 즐겁거나 흥분되는 여행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의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세계 각지로 떠나는 이들에게 나는 그 목적이나 목적지를 떠나‘혼자만의 여행’을 해보길 권하고 싶다.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겠지만 책이나 영상으로는 얻을 수 없는‘무엇인갗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무엇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직접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비밀로 하겠다.

이제 필자는 시드니로 돌아왔다. 뉴질랜드에서의 달콤한 휴식 뒤에 필자의 호주 생활은 어떻게 변할지 기대해보시라.

/ 김정욱(언론학과 01학번, 06년 졸업) vitamin8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