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교양
[미술 이야기] 누구를 위한 공공미술인가리처드 세라 <기울어진 호(1981)>
신혜경 교수  |  shinhk@snu.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7.11.16  10:39:0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당신의 도시는 얼마나 쾌적하십니까?" 우리가 몸소 체감하는 행복지수를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게 대두하면서, 오늘날의 도시환경을 보다 쾌적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야말로 핵심적인 사회과제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길을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되는 것이 거리의 조각품이다. 사실 조금만 세심히 살펴보면, 웬만한 빌딩 어딘가에 하나씩은 큼지막한 조형물이 설치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예전에 <신입사원>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하여 한층 유명세를 탄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에 있는 보로프스키의 <해머링 맨>을 기억하는지. 높이 22미터의 이 작품은 오른손에 들린 망치가 1분17초 간격으로 서서히 내리치는 동작을 반복하는 망치질하는 사람의 모형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우리나라에 설치되었다. 이러한 작품을 "공공미술"이라 하는데, 특히 이는 전체 건축비의 0.7%를 미술품 장식에 투자하게 되어 있는 "건축물 미술장식법"에 의거한 것이다.

   
 
▲ 리처드 세라 <기울어진 호(1981)>
 

그런데 이러한 공공미술의 의미와 기능에 대해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 바로 리처드 세라의 <기울어진 호>(1981)이다. 이 작품은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빌딩 앞 광장에 제작된 것으로, 3.6미터의 높이와 길이 36미터에 달하는 잔뜩 녹이 슨 부식효과를 낸 강철판이다. 그런데 <기울어진 호>는 시민들로부터 무척이나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넓고 탁 트인 광장을 함부로 버려진 건축 자재처럼 보이는 쇠판때기가 가로막음으로써, 미관상에도 좋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람들의 통행에도 방해되고 광장이라는 대중의 휴식공간을 망쳐버렸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이전하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거세어지자 이 문제에 대한 거센 논쟁이 불붙었다. 세라는 자신의 작품이 연방광장이라는 환경적 요소와 위치를 고려하여 만들어진 "장소 특정적" 미술이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예술을 파괴하는 야만적인 행위라고 역설했다. 즉 대중의 요구 때문에 예술가의 의도에 따라 계획된 예술작품을 이전하는 것은 예술가의 자율성과 창조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예술품의 파괴행위에 버금가는 짓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른 예술전문가들도 세라의 편을 들어주었다. 어떤 이는 에펠탑이 처음 건설되었을 때, 당시의 많은 사람이 이를 조롱했고 심지어 예술가와 건축가들조차 그것을 파리의 미관을 해치는 꼴불견으로 손가락질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새로운 예술은 대중적으로 쉽게 인정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들어 세라의 작품을 옹호하였다.

그럼에도 이러한 논쟁과정 속에서 결국 이 작품은 다른 곳으로 철거되었고 대신 여기에는 아름다운 나선형의 화단과 벤치가 다시 꾸며졌다. <기울어진 호>의 철거는 우리에게 공공미술의 의미와 위상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다 준다. 통상적으로 예술작품의 이해와 평가에서 전문가의 관점은 일반 대중의 생각에 비해 훨씬 더 큰 중요성과 권위를 지니는 것으로 인정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철거는 현실적으로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예술품이라면 일상의 삶 속에서 그것을 직접 소통하고 향유하는 대중이 어떻게 수용하고 향유하는가를 중요한 문제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공공미술이란 단지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예술일 뿐 아니라, 대중들의 일상 속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며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진정으로 완성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공공미술은 도시의 미적 장식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 대중의 참여를 통해 사회문제에 개입하는 것이라는 두 의미를 동시에 만족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의 도시를 둘러보면, 때론 그저 법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형식적이거나 심지어는 눈에 가시거리가 되기도 하는 공공미술을 적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눈에 전혀 띄지 않게 구석에 내팽겨쳐진 가련한 작품이나 통행에 방해되는 천덕꾸러기 공공미술을 보면서, 도시의 주인인 우리 스스로 공공미술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할 필요를 느낀다. 세라의 작품과 관련된 공청회에서 나온 다음과 같은 언급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인간성을 경멸하고 모욕하면서 태어난 예술, 인간경험 공통의 요소에 경의를 표하지 않은 예술은 결코 위대한 예술일 수 없다."

/ 신혜경(인문학부) 교수

신혜경 교수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보도] 한림대 수시모집 경쟁률 5.09대 1로 ‘3년 만의 상승’
2
[보도] 2023학년도 국가장학금 신청, 재학생 1차 필수
3
[보도] 코앞으로 다가온 졸업, ‘유예 신청’ ‘심사료 납부’
4
[보도] 4차 동아리 대표자 회의로 ‘유종의 미’ 거둬
5
[보도] 겨울밤을 수놓은 하나의 목소리, ‘한림합창단 정기공연’
6
[보도] ‘창의적인 아이디어’ 캡스톤 경진대회 실시
7
[기획] 1년 만에 부활한 총학, 4곳서 연장투표도 진행돼…
8
[선거특집] “학우들의 선택에 부응하는 학생회가 되겠다”
9
[선거특집] “내년에는 어느 해보다 빛나는 대학을 만들겠다”-학생회 당선인 한눈에 모아보기 1
10
[선거특집] “내년에는 어느 해보다 빛나는 대학을 만들겠다”-학생회 당선인 한눈에 모아보기 2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지혜수(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