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꼭 ‘예상된다’라는 말로 문장을 끝내야 하죠?"
"그래야 장사가 되니까. 만일, 섣불리 단언하다 틀리면 독자들이 외면할 테고 그러면 신문이 팔릴 리 있겠나?"
신문사 재직 시절, 국제부에서 기사를 쓰면 항상 기사의 마지막 문장 끝을 ‘예상된다,’ ‘기대된다’ 따위로 끝내야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고참에게 물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이 단어에 담겨있는 여러 의미들을 모른 채 던진 물음이지만, 고참 역시 속 시원히 대답해 주지는 못했다. 둘 다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꿰뚫지 못하고 있었다.

"왜 언론사에서는 꼭 ‘전망된다,’ ‘기대된다,’ ‘요구된다’ 따위로만 써야 합니까? 명백히 주체를 밝히지 못하고 ‘카더라’식으로 빗대어서 쓰는 피동형, 이제부터는 제가 바꿔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004년, 일단의 언론 학자들이 몇몇 언론사를 방문했다. 한국언론학회가 주관한 ‘언론학자의 언론사 탐방’ 프로그램에 따라 학자와 기자 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필자 역시 다른 신문사의 편집국 내부가 궁금해 방문을 신청했다. 오전에 C 일보를 방문한 후, 오후에 J 일보에 이르렀을 때였다. 당시, J 일보의 편집국장은 언론학자들에게 꼭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며 대회의실에서 언론학자들을 상대로 열띤 강연을 벌였다. 그는 언론사의 잘못된 기사 작성 관행을 자성(自省)하며 "이제부터 J 일보는 달라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J 일보의 기사쓰기에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제3자를 통해 들었거나 자신의 주장을 교묘히 내세우기 위해 주어를 제거한 ‘예상된다,’ ‘기대된다’ 따위의 피동형 문장은 어느 한 사람만의 힘으로 고치기 힘든 한국 언론의 관행이었던 것이다.
글쓰기 책이 난무하는 가운데, 언론인들이 집필한 글쓰기 책도 시중에 범람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같은 책들조차 이구동성으로 피동형 문장을 쓰지 말라고 되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식’의 주장에 있다기보다 그네들이 들고 나오는 예제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을 한 번 보자.

경찰청의 고위 간부들이 하급 간부들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위의 문장은 피동형을 피해야 하는 글쓰기의 전형적인 예제로 여러 책에서 자주 거론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상납 받아온’ 이라는 동사의 주체가 문장 내에서 ‘고위 간부들’로 분명히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언론 학자로서, 「미디어 담론」이라는 명저(名著)를 쓴 페어클로(Fairclough)에 따르면, 피동형 동사의 주어가 있는 문장에는 글쓴이의 의도가 숨어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위의 문장을 능동형으로 바꾼 다음 문장을 보자.

경찰청의 하급 간부들이 고위 간부들에게 정기적으로 상납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분명, 처음과는 어감과 의미가 매우 다른 문장이다. 이는 문제 인식의 출발점을 고위 간부의 강요에 의한 상납이었는지, 하위 간부의 자발적인 상납에 의한 것이었는지에 보는 데서 비롯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문맥까지 고려해 볼 때, 무비판적인 ‘피동형 문장 피하기’는 지양돼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그렇다면, 어떤 피동형 문장이 글짱들의 근절 대상이 돼야 할까? 간단히 말해, 피동형 동사에 걸리는 주어가 실종된 문장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전망된다, ‘기대된다,’ ‘예상된다,’ ‘요구된다,’ ‘논란이 일고 있다,’ ‘비난이 일고 있다,’ ‘지적이 일고 있다’ 따위의 언론사 문장은 한국어에서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문제아들’이다.
하나 첨언(添言)하자면, ‘이중 피동’ 역시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그는 마법사라 불린다’라고 쓸 수 있는데도 ‘그는 마법사라고 불리운다’에서처럼 피동의 의미를 지니는 ‘리’에다가 또다른 피동 어미인 ‘우’를 겹쳐 쓰는 것은 문장을 늘려놓기 위한 억지춘향*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장 기술」의 저자인 배상복 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이중 피동이 우리말의 언어 체계를 파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필자가 좋아하는 상황 퀴즈 하나. 본문에서는 마땅히 근절돼야 할 피동형 문장이 하나 있다. 찾아보고 위의 두 경우 가운데 어디에 속하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참고 문헌
배상복 (2005). 「문장기술」, 랜덤하우스중앙.
임재춘 (2004).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 마이넌.
정희모, 이재성 (2005). 「글쓰기의 전략」, 들녁.
Fairclough, N. (1988). Media Discourse. London: Edward Arnold.

용어 풀이
*피동: 국문법에서는 수동이라는 영문법 표현 대신 ‘남의 힘에 의해 움직인다’는 의미의 피동(被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억지춘향: 억지로 어떤 일을 이루게 하거나 어떤 일이 억지로 겨우 이루어지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위의 문장은 피동형을 피해야 하는 글쓰기의 전형적인 예제로 여러 책에서 자주 거론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
위의 문장은 피동형을 피해야 하는 글쓰기의 전형적인 예제로 여러 책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