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로의 여행 전 시드니에서 다른 도시로의 이사를 계획한 바 있다. 사실 시드니는 내가 살고 싶었던 도시가 아니었기 때문에 호시탐탐 다른 곳으로 옮겨갈‘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온 내겐 겨우 방 얻을 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사는 1~2달 아무일도 하지 않고 생활비를 내면서 지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 때 실행에 옮기는 것이 좋다. 언제 어떤 방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일자리를 새로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

나는 운이 좋게도 여행에서 돌아오기 전부터 예전에 일하던 곳에서 함께 일을 하자는 연락이 왔다. 나는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갈 기대에 하루 10시간씩 일하는 강행군을 감행했다. 이렇게 두 달 반 가량을 일한 끝에 이사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예전에 영국에서 친분을 쌓은 일본 친구에게‘호주로 휴가를 오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난 이 틈을 이용해 다른 도시로의 이사를 결심했다. 내가 이사를 결정한 곳은 시드니가 있는 뉴사우스웨일즈(NSW) 주의퀸즈랜드(Queensland) 였다. 아시아 인구가 제법 많은 브리즈번과 우리에겐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골드 코스트가 있는 곳이다. 우리는 추운 날씨 덕에 해양 스포츠의 메카인 골코에서 서핑 한 번 하지 못했지만 열대우림 체험 등 나름 유익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친구의 휴가는 끝났고 우리 모두 일상으로 돌아갈 즈음 난 브리즈번에 있는 친구의 집에 3~4일간 머물기로 했다. 그곳에서 누사(Noosa) 라는 작은 해변 마을을 알게 됐는데 규모는 작지만 호주인들에게‘호주 내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제법 알려진 곳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 호주로 어학연수를 온 친구는 누사를 적극 추천했고 난 친구가 머물던 홈스테이에서 2주간 지내며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필자에게 기막힌 행운이 찾아왔다. 브리즈번에 머물면서‘혹시나’하는 마음에 지원했던 카페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오기 시작한 것. 알고 보니 이 작은 마을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각종 까페와 상가들이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인터뷰에 응한 곳은 세 군데로 모두 간단한 식사와 차를 제공하는 카페였다. 모두 호주 혹은 영국인 소유였고 페이도 17~18$로 적지 않았다. 그러나 면접은 만만치 않았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난 두 곳으로 부터‘오라’는 러브콜을 받았고 나머지 한 곳에선‘미안하다’는 일명 쏘리레터를 받았다. 쏘리레터를 받은 곳의 면접은 우리나라 대기업의 면접을 연상케 했다. 1차 면접은 그룹 면접으로 진행됐으며 그후엔 미션을 내 준뒤 그룹의 의견을 취합하게 했다. 마지막으로는 일대일 면접이 이뤄졌다. 지원자 중 영어권 국가가 아닌 사람은 이탈리아 사람 한명과 나 뿐이었다. 하지만 이탈리아인 역시 영국에서 5년이나 머물렀던 터라 유창한 영어는 물론 경험마저 풍부했다. 러브콜을 받은 두 카페는 모두 일대일 면접으로 이뤄졌고 이들은 내가 가지고 있던 영국, 시드니에서의 경험을 높이 샀다.이중 제니가 선택한 곳은 영국인 가족이 운영하는‘머핀 브레이크 ’. 다음호부터는 호주에서 내 삶의‘최고’부분이라 기억되는 이곳에서의 경험을 풀어놓겠다.

/ 김정욱(언론학과 01학번, 06년 졸업) vitamin8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