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살펴보다 선택한 곳은 Muffin Break(말 그대로 머핀과 커피를 파는 가게로 호주 내에서는 체인점 형태로 퍼져 있어 유명한 가게이다). 당시까지 영국을 고향처럼 그리워하던 필자는 영국에서 건너 와 이 곳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주인 부부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아직 오픈 하지 않은 쇼핑몰에 위치했기에 개점 전까지 나는 본사로부터 혹독한 사전 교육을 받았다. 물론 교육을 받아도 이에 대한 비용은 지불됐다. 매장이 크진 않았지만 식당 코너 옆이라 늘 사람들로 붐볐다. 사전 교육을 받았지만 아직 촙였던 우리는 2~3주간은 본사에서 나온 트레이너들과 함께 일했다. 나는 운이 좋게도 가장 커피를 잘 만드는 아이, 일 잘하는 아이로 트레이너들로부터 뽑혀 정식 교육을 받기 시작했고 이후 난 ‘누사 머핀 브레이크’의 ‘바리스타(Barista)’가 됐다. 난 머핀 브레이크에서 일을 시작한 것을 내 호주 생활의, 아니 내 인생에 있어 절대 잊지 못할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다. 물론 트레이닝 기간 영어가 자국어가 아닌 아이는 나뿐이었기에 트레이너들이 나를 주목하지 않았던 것은 당연지사.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처음에는 매일 ‘그만둘까’ 하는 고민을 했지만 점점 익숙해져가는 기술들과 사람들에 어느새 적응해 버렸다. 내 손에서 만들어진 커피와 이에 곁들어 하트, 꽃 모양의 머핀을 맛보고 감탄한 사람들이 다시 가게를 찾았다. 그리고 난 그들로 인해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단지 커피만 잘만들었다면 손님이 많이 모이지 않을 것이다. 난 쇼핑몰에서 거의 유일무이한 아시안이었기에 내가 일을 잘하건 못하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렇기에 나는 가게를 찾는 손님 한명 한명에게 최선을 다했고, 누가 어떤 커피를 먹는지, 그리고 우유 대신 두유, 설탕 대신 꿀을 넣는지 까지 개개인의 취향을 모두 기억했다. 그래서 손님이 들어서는 순간 난 바로 ‘I know what you want(당신이 뭘 원하는지 알고 있어요)’라 말하며 커피를 만들어 줬다. 이처럼 자신을 특별히 기억해주는 카페를 다시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당신은 호주에서 커피를 제일 맛있게 만들어요’라 말하는 손님들 덕분에 주인은 내가 원하는 요구사항을 대부분 들어주었다. 물론 내가 머핀 브레이크에 오래 머물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 유쾌하고 상냥한 주인 부부 덕분이기도 했다. 아침마다 커피를 갈아 샌드위치와 머핀을 만들어 주인 부부에게 주며 시작했던 하루. 그리고 재밌고 착하지만 약간은 철없는 그들의 딸들과 함께하며 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누사는 해변 휴양지로도 유명했다. 그래서 일을 끝마치고 나면 바닷가에서 서핑을 즐기거나 해변에 누워 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 곳에서 난 시간당 17~18$를 받았고 이 중 29%라는 막대한 금액을 세금으로 지불했다. 물론 이 세금은 나중에 환급이 가능했기에 마음속으로 적금 드는 셈 쳤다(세금 환급에 대한 내용은 다음호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하겠다). 누사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거의 ‘군’에 가까웠기에 시드니에서 보다 더 좋은 환경의 숙소에서 생활 할 수 있었다. 남반구이기에 한 여름에 서핑을 하며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는 그 맛이란…. 호주에서 나 역시 ‘바이런 베이(호주 대륙 중 가장 동쪽 끝에 위치한 해변)’에서 파도를 즐겼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받은 휴가에서는 영화 ‘니모’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그레이트 베리어리프(세계 자연유산 중 하나)’가 있는 캐언즈로 꿈만 같았던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처럼 일과 휴식이 공존했던 누사였기에 지금도, 아니 평생을 잊을 수 없을 추억으로 가슴속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 다음 호에서는 필자가 누사를 떠나던 날, 귀국 전 챙겨야 할 중요 사항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 김정욱(언론학과 01학번, 06년 졸업) vitamin8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