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당시의 대학의 모습은

  학교에서는 강의가 이뤄지지 않고 학생들은 모여 밤새도록 토론하고 술을 마시면서 나라를 걱정했다. 그리고 거의 매일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처음에는 학장이 나와 시위를 말리고 교문을 걸어 잠궜지만 학생들은 담을 넘었고 의과대학생들은 수술가운을 입고 시위에 참가했다. 또한 교수들이 시위에 참석하지 않는 학생들을 설득해 시위에 참가시키기도 했다.

▲4·19 시위는 어떤 모습으로 이뤄졌는지

  4·19가 일어나기 전 사회는 공포분위기가 만연했다. 마치 유신 말기 같았다. 4·19가 일어나기 하루전인 18일에는 고려대학교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있었다. 그리고 19일에는 국회로 진입하기 위한 시위가 벌어졌다. 나는 1959년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다음해인 1960년 같은 대학 철학과 3학년으로 편입한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인도로 가면서 시위를 지켜본 후 국회부근에서는 시위대에 가담했다. 여기에는 각 대학교 학생들은 물론이고 대학교 주변 대광, 동성고등학생, 시민 등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시위대는 대다수가 대학생이고 주민들 일부가 여기에 가담한 것으로 80년 광주운동처럼 모든 시민이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이 많은 격려와 호응을 해 주었다. 국회 앞에서 숙명여자대학교 학생 중 어린 여학생을 무동 태워 시위했을 때가 시위의 절정이었다. 당시 정부는 경찰을 앞세워 시위를 막았으며 계엄령이 선포했지만 군은 적극적인 저지를 하지 않고 시위대를 방치했다. 경찰의 총기 발포가 시내 곳곳에서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그러나 시위대는 경찰의 총이 발포될 때 흩어졌다 다시 모여 시위를 계속했다. 이날 이후 25일 교수 데모가 일어났고 다음날인 26일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를 선언했다.

▲4·19 이후의 대학과 사회의 모습은

  그때 당시 사람들은 대통령 하야라는 결과에 대한 준비가 없어 혼란스럽고 불안했다. 하지만 5·16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단군이래 최대의 자유가 보장됐다. 한마디로 자유천지였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됐고 학생총회가 수시로 열리는 등 학생자치활동이 활발했다. 또한 학생들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좌익사상을 읽고 발언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북한방문을 시도 하는 학생들로 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면 해결될 수 있었다. 5·16으로 인해 우리의 민주주의는 30년 이상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4·19를 맞이하면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지금의 학생들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자유나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성취됐으며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당시 학생들은 순박했을 뿐만 아니라 기성사회와는 다르게 사회를 바라봤다. 그들은 사회를 유지시키고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실생활운동으로 커피나 양담배 금지운동을 벌이고 후진사회극복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다. 요즘 학생들의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을 나무랄 생각은 없지만 순수한 나라사랑의 정신이 사라져 나라를 변화시키기 위한 열의가 적어진 것이 섭섭하다. 4·19는 옆으로부터의 혁명으로서 지식인이 중심이 돼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 그것은 지식인인 대학생 스스로가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그때와 똑같은 모습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학생들이 4·19 정신을 계승하고 그때 대학생들이 가진 그 순수한 열정을 간직하길 바란다.

/ 이승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