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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이후 이승만 정권은 6·25전쟁을 통해 거대한 군사력을 확보했고, 이를 권력유지의 기반으로 삼았지만 점차
원조경제의 혜택은 줄어들고 엄청난 국방비의 부담을 지게 됐다. 또한 반공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단독정부 수립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전쟁기간에 파괴된
산업시설의 복구를 위해 대미 의존적인 경제구조 속으로 편입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승만의 장기집권은 독재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정부패와 사회의
병리현상을 외면하고 민주화 운동과 통일정부 수립 의지를 무시한 채 전일적인 반공 교육만을 강화시켰다. 이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민중의
지지를 점차로 잃어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6·25전쟁 후 본격적으로 미·일의 냉전구조에 편입된 산업구조의 재편성과 자본주의 시장으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급격한 계급·계층간의 이동이 이뤄졌다. 계급·계층간의 급격한 이동은 실업자와 빈민을 양산시켜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새로운 불만세력을 낳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또 한편으로는 세계제국주의 식민지에서 독립을 쟁취하려는 변혁적 물결에 눈뜨기 시작한 지식인들도 자주적 통일국가건설을 위한
통일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더불어 대학생들은 독재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그 존립기반마저 상실한 조건에서 역사 변혁
운동을 담당할 수 있는 유일한 대중 정치 세력으로서의 잠재력을 가진 집단으로 인식했다.
4월혁명은 이러한 국내외적인 정세의 변화속에서 1960년 3월15일 정·부통령선거에서 장기집권을 획책한 자유당정권의 부정선거를
발단으로 시작됐다. 4월혁명은 1단계 시기를 3, 4월 항쟁 기간으로, 2단계를 허정과도정부를 거쳐 장면정권이 탄생되는 기간으로, 3단계를
장면정권의 반혁명성에 맞선 4월혁명세력간의 투쟁기간으로 구분된다. 4월혁명은 지난날에 독재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된 어용·관변학자들에 의해
‘미완의 혁명’의 학생 의거로 폄하됐다. 이들 관변학자들은 4월혁명을 그 1단계인 3, 4월 학생중심의 항쟁시기에 국한시켜 순수한 정의감에
불타는 학생들의 부정선거에 대한 저항으로 폄하시키고 4월혁명의 역사적 의미를 왜곡, 날조했다.
4월혁명은 이승만정권의 몰락과 함께 1950년대를 거치면서 그 활동공간을 잃었던 진보세력과 민족적 양심세력들이 다시 한 번
정치세력으로 결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렇게 형성된 세력들은 자유당정권에 의해 강요된 반공 이데올로기와 냉전논리에 길들여진
대중의 정치의식과 정치정세에 대한 인식의 오류와 분열로 인해 7·29총선에서 밀려나서 다시 역사의 장에서 퇴장 당하고 말았다.
4월혁명의 1단계 시기는 가장 순수한 고등학생들의 저항으로부터 시작된다. 3·15선거에서 드러난 부정과 불의에 항거해 2·28
대구, 3·15 1차 마산, 4·12 2차 마산 등 전국 각지에서 3, 4월 항쟁기간에 고등학생들을 중심으로 부정선거 규탄 시위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은 순수한 학생들의 저항을 배후주동으로 몰아 물리적 탄압을 통해 저항을 잠재우려 했기에 오히려 국민대중의 분노를 살 수밖에
없었다. 신학기(당시는 4월에 신학기가 시작됨)가 돼 캠퍼스로 돌아온 대학생들은 4·18, 4·19를 기해 서울에서 대대적으로 항쟁의 대열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대학생들은 고등학생들과는 달리 항쟁의 기치를 분명하게 내세우고 있었다. 반제, 반봉건, 반매판의 이론으로 무장된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의 민족 해방운동에 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50년대의 역사공간에서 묻혀 버린 해방공간의 역사를 소박한 민족주의적
차원에서 복원하고자 하는 강한 요구도 갖고 있었다. 그리하여 3, 4월 항쟁의 의미를 반독재민주화와 반외세자주화의 이념적 구현으로 파악했고,
6·25전쟁을 거치면서 증대된 사회적 모순으로 인해 양산된 소외계층(실업자, 도시영세민, 진보적 지식인 등)이 항쟁의 대열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이승만정권의 몰락으로 한 단계를 마무리 짓는다.
4월혁명의 2단계 시기는 허정과도정부가 혁명상황을 수습하고, 7·29총선을 통해 장면정권을 탄생시키는 과정이다. 이 시기에
학생들은 학원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권력을 준비하는 정치세력들간에 정치활동이 활성화된다. 소위 ‘혁신’이라 불리는 정치세력과 교원노조운동도 이
시기에 나타났다. 해방공간에서 단독정부수립세력에 밀려났던 양심적인 민족세력(항일 독립운동 세력)과 진보적 지식인들이 50년대의 이데올로기공세
앞에서 숨죽이고 있다가 그 활동공간을 찾아 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4월혁명 3단계 시기는 이승만정권의 반공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승계해 탄생한 민주당 신파 중심의 친일 관료 세력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장면정권에 대항해 반외세자주화와 반독재민주화를 지향하는 사회변혁세력이 힘겹게 투쟁한 시기이다. 이 시기는 반공 이데올로기에 맞선 탄압과
좌절을 딛고 살아남은 진보세력들이 4월혁명에 주체적으로 참여했던 대학생들에 의해 민족 통일 운동‘혁신’이라는 하나의 대오를 엮어내는 계기를
제공했다. 각 대학에는 민족통일연맹이 결성되고 계급·계층적 이익에 제약받지 않는 남북 학생교류를 위한 회담이 제안되는 등 통일에 대한 열기는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이러한 통일운동은 5·16쿠데타 세력에 의해 유례없는 탄압을 받게되고 통일운동은 물론 통일에 대한 논의조차
지배권력의 전유물이 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4월혁명이 ‘미완의 혁명’으로 아직도 진행 중인 혁명으로 규정되는 이유는 이승만정권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장면정권에 의해 그대로
승계 됐고, 5·16쿠데타세력 또한 반공을 안보의 논리로 강화시켜 계승하는가 하면 친일세력을 지배세력의 축으로 삼고 독재권력을 유지해 온
60년대와 70년대 정권은 물론 광주학살을 딛고 탄생한 80년대의 신군부세력 또한 반민주·반민족적인 독재권력이라는 점에서 이승만권력의 연장선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50년만에 탄생한 김대중 신정부 아래서 진행될 사회의 민주화와 통일운동에도 4월혁명의 이념이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박미순(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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