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생운동의 과거와 오늘을 비교한다면

 전대협과 한총련을 비교, 평가하는 것은 조금 우스운 일이다. 왜냐하면 전대협과 한총련은 선배동지들의 지난한 투쟁속에 태어난 조직이다. 그 조직이 명실상부한 한국학생운동의 표상이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조직의 정체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과거 전대협은 당면투쟁의 급박한 흐름 속에서 조직내 민주주의의 문제를 추후의 논쟁거리로 떠넘겨 두었다. 그렇기에 한총련으로의 전화가 이뤄진 지금의 시기에도 다시 이 문제가 거론되며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진정으로 백만을 대표하기 위해서는 백만학우들의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무엇으로 학우들을 이끌며 투쟁할 것인가의 문제를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지금의 한총련의 문제는 그것을 방기한 것에서부터 파생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학생운동 정파가 다원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견해는

  다양한 의견들이 스스럼 없이 제출되고 토론돼 하나의 흐름을 형성해 나가는 조직은 변함없이 강대해 진다고 본다.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이 바로 그 부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뒷받침해줘야 한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큰 뿌리를 유지시켜 주는 것은 여러갈래로 뻗어나간 또다른 뿌리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조직이건, 단체건 간에 그 속에 존재하는 무수한 견해와 사상적 차이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완성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기의 조직과 견해를 달리한다고 무작정 그들을 분열주의자로 몰아부쳐서는 안된다. 또한 현실적 입장이 지금의 굵은 뿌리와 틀리다고 또 다른 나무로 옮겨갈 수는 없는 것이다. 학생운동을 하고 있는 동지들은 학생운동이라는 큰 나무의 여러 뿌리라고 생각한다. 그 뿌리들이 서로 연대하고 모색하는 풍토가 조성돼야만 나무는 크게 자랄 수 있다. 아직도 나는 학생운동이 뿌리를 내리는 단계에 있다고 본다. 쉽게 서로를 규정짓지 말고 다양한 의견속에서, 다양한 사상속에서 진정으로 이 사회와 학생운동이 연대할 지점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만이 백년천년을 살아가는 학생운동을 만드는 뿌리의 역할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운동을 할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시위나 집회는

  91년 5월9일 반민자당 집회를 잊지 못한다. 당시 명동 입구부터 육림극장 운교동 로타리를 가득 메운 시민, 학생들의 대오는 밤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노태우 정권 타도 투쟁을 벌였다. 당시 정경들도 수천의 시위 대오에 주눅이 들었던지 쉽게 접근해 오지 못했다. 거기에서 “민중생존 압살하는 노태우 정권 타도하자”라는 구호와 함께 시위대의 함성이 하나로 울려퍼질 때 단결의 힘이 무섭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집회가 끝나면 갖가지 에피소드로 밤을 세워 술잔을 기울이곤 했었다. 한 친구는 구두가 벗겨지고 바지가 찢긴 줄도 모르고 달리다가 맨발로 학교로 돌아오기도 했었고, 가두시위 때 함께 싸우던 동지애가 남달라 몇 해 전에 결혼식을 올린 동기도 있었다. 그 당시 명동 입구에서 운교동 로타리까지는 거의 해방구였다.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운동은, 투쟁은 사랑이다. 그 사랑은 여러분의 일상속에 늘 존재한다. 일상의 리듬이 깨어지면 투쟁의 리듬도, 사랑의 리듬도 모두 깨어져 나간다. 자신의 일상을 조직하는 학생동지들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변에 일어나는 부조리에 눈을 떠라. 그리고 나아가 실천하라. 대학과 민중역사는 항상 정방향의 길로 전진했고 지금도 쉼없이 전진하고 있다. 여러분들이 걸어가는 그 걸음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길임을 자랑스러워 해라. 쉽게 지치고 또 현실에 쉽게 타협하기보다는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도록 해라. 이 사회는 살아있는 지성들의 패기있는 비판과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짓밟혀도 다시 피는 민들레의 강인함으로 모든 부정에 맞서 투쟁하자.

 / 이명희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