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명 총 117편의 응모작을 읽었다. 근래 몇 년간 응모작이 적고 입선작도 내지 못 했는데, 우선 다행스럽다.

양적으로는 늘었으나, 전체적인 수준은 아직 많이 미흡하다. 대부분의 작품이 감상에 치우쳐 있거나 생각의 단순함에 머무르고 있다. 시란 하나의 감정이나 사유의 표출이 아니라 시적 전개를 통해 발전해가는 유기적 구조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 중 <단풍미아> 외 5편과 <가을에> 외 12편은 나름대로 고심의 흔적을 보인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작품의 수준이 고르지 못 하고 小品(소품)에 그친 것이 많아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있다.

다행히 <가을에> 외 12편의 작가는 <스위트콘과 단무지>와 <할머니의 리어카>에서 생각의 깊이와 시적 형상화에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 동양적 시관인 ‘사무사思無邪’는 여전히 현대에도 중요한 시의 덕목이다.

<할머니의 리어카>를 당선작으로 뽑는다. 이 작품은 언덕길에서 어느 할머니의 리어카를 미는 10분 동안의 敍事(서사)를, 절제된 표현으로 ‘우리 할머니 그리는 마음’으로 詩化(시화)하고 있다.

좋은 시는 기교나 기술이기 전에 삶에 대한 진실하고 깊이있는 마음과 애정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이 마음이 深度(심도)있는 마지막 2행의 시적 진실에 이르게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