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같은 심사평을 쓰게 된다. 막 습작을 시작한 작품들은 대개 비슷한 허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응모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소설을 많이 읽으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라는 점에 더 관심을 가져야한다. 응모작 대부분이 소설의 기본적 면모를 갖추고 있지 못했는데, 독서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상이나 관심사를 풀어 놓는다고 해서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작중인물은 단순히 작가의 입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 자신의 환경 속에서 자신의 몫을 살아가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 소설은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지 그들을 통해 작가의 연설이나 하소연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다. 작중인물과의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습작기 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미숙함이다.

현실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응모작이 주로 다룬 연애, 미래에 대한 불안, 가족 간의 불화 등은 너무 흔해 식상한 소재임에도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현실의 삶과 무관한 연애 이야기, 구체적 노력이나 행동을 수반하지 않는 취업 걱정, 이유가 분명치 않은 가족 간의 불화. 이런 것들이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의 관심사나 욕망을 파악하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포착해 내는 것이 아니라면, 어떤 이야기도 공허할 수밖에 없다.

13편의 응모작 중에서 소설의 면모를 갖춘 작품은 세 편 정도였다. 그 중 <코끼리 슈퍼에 가는 방법>을 가작으로 정했다. 불필요한 묘사가 많고 가족간의 갈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화자의 외로움이 무리없이 형상화된 작품이다. <균형>도 짜임새 있는 작품이지만 변화의 계기가 너무 단순하고 설득력이 다소 부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