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을 쓰기에 지금 환경이 최적은 아니다. 나는 적어도 조용하고 볕이 잘 드는 내 방에서 상을 받은 기쁨을 만끽하며 수상소감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타이밍이 절묘하다. 나는 지금 설을 맞아 서울 집에 올라와 있다. 정신없는 가게 일을 도와 한 차례의 설거지를 끝내고 왔고, 손에서는 고무장갑 냄새가 난다. 동네 PC방에서 이 글을 쓰는 내 뒤통수 뒤로 끊임없이 컵라면 스프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다. 나는 어쩌면 인간극장의 배경음악이 깔리는 수상소감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작품을 내고 나오는 길에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기간이 연장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미련없이 첫 번째 작품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건 부끄러움이 가장 큰 이유였다. 가작을 받았다는 전화를 받고 사실 담담했다. 그런데 그날 밤 노트북을 켜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 고등학교 이후로 처음이었다. 글을 써서 상을 받는 일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숱하게 백일장을 나가면서 언제나 큰 상실감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누구도 내 글을 선택해 주지 않았다. 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때 느껴졌던 서러움. 사실은 내 글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아주 오랜만에 소설을 썼고, 그 소설이 선택받았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다. 이제 또 쓸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이 상은 2007년 한 해 동안 내가 흘렸던 모든 눈물에 대한 다독임이라고 생각한다. 긴 터널을 빠져나와 나는 지금 2008년을 맞았다. 햇빛이 눈이 부시다. 올해 여름 나는 포르투갈에서 이 햇빛을 느끼고 싶다. 이 상이 나를 포르투갈에 한 발짝 가까이 가게 만들어 주었다. 이 글을 선택해 주신 교수님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더불어 내 주변에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