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입시 관문을 뚫고 대학 안으로 들어선 신입생들에게 학문이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미 극심한 취업난 속에 포섭된 이들에게 진중한 학문의 길은 왠지 모르게 낯설고 어색하다. 스스로 연구 분야를 찾아나서야 하는 대학의 교육 체제 안에서 얼마간 헤맬지도 모른다. 지난 20일 정범모 한림과학원 석좌교수(교육학)를 만나 학문하는 자세에 대해 듣고 왔다.  

“해방 이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교육학을 선택하게 됐죠”라는 정 교수. 그는 학문의 기반이 미비한 현실에서 사람들을 일깨우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혹독한 미국의 유학 시절을 통과하고 돌아온 정 교수는 사회학, 철학, 인류학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였다. “그래서 가끔씩 지인들로부터 아카데믹 플레이보이라고 불리기도 했죠.” 

그가 수십 년간 강단에 서며 되새긴 교육 원칙은 사제동행이었다. 대학에서의 교육은 교수와 학생이 서로 가르침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연구에 있어서도 이는 유효하다. “교수가 진행하는 연구에 학생이 참여하지 않는 다면 그는 연구소의 연구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라는 것이 정 교수의 생각. 그래서 그의 연구실엔 언제나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요즘의 대다수 학생들이 학문을 기피하고 취업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서도 분석을 내놓았다. “경제상황이 어려운 만큼 안정된 직장을 얻으려는 것은 당연하다”는 정 교수는 “하지만 대학이 학문 탐구의 장인만큼 그러한 추구가 인생의 전부가 되선 안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문을 기피하는 이유에는 예전보다 새로운 연구 분야를 찾기 어려운 현재의 학문적 조건도 고려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그럴수록 대학시절의 폭넓은 지식 탐구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글쓰기, 컴퓨터, 영어, 한문” 정 교수가 학문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당부한 필수사항이다.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있어 뼈대가 되며, 컴퓨터는 현 시대의 모든 업무에 활용된다. 여기에, 세계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영어 습득과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특별히 실력 발휘할 수 있는 한문이 더해졌다. “이미 30년 전부터 학생들에게 강조해 오던 것들이죠. 물론 실생활 나가서도 해당되는 얘깁니다” 

대학은 온전히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인생의 황금기라는 그. 따라서 대학생들이 좀 더 용기를 갖고 깊이와 넓이를 채울 수 있는 공부를 계속하라고 정 교수는 당부했다. “학생들이 용기로 무장하고 계속 도전해 나간다면 언제가 학문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 겁니다”

/ 조진영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