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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학생운동 탄압 변화 없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영남대학교에서 치뤄질 예정이었던 6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하 한총련) 대의원대회가
공안당국의 대회 원천봉쇄로 무산됐다. 정부는 지난 5일 한총련을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규정해 대의원대회의 행사장인 영남대학교를 원천봉쇄하고
대의원대회 참가자를 전원 구속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같은 방침으로 정부는 영남대학교, 경북대학교, 터미널 등 대구지역 일대에 약 70여개
중대, 8천여명의 병력을 투입하고 대의원대회기간 동안 한총련 대의원과 대학생 등 2백95명을 연행, 이 중 18명을 사법처리했다. 한총련은
정부의 이같은 조처로 6기 대의원대회를 무기한 유보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의원대회가 개최될 때까지 폭력이나 물리적인 동원이 없는 평화적
집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번 대회 원천봉쇄는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 초기 대국민 성명에서 발언한 ‘국민 대화합’이 한총련에게는 예외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국민 대화합’이란 대통령이 기존 집권자들에게 정치적 보복을 안한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과거 정권들에 의해
탄압받아 온 사회운동세력과 기층민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공안당국에 의한 이번 대의원대회 무산은 새로 출범한 김대중정권이
과거 권위주의적 정권과 차별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평가로 작용할 충분한 계기가 됐다. 특히 이번 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대구지역 시민들은 학생들이
평화적인 집회를 치루기 위해 힘쓰는 모습과 정권의 강압적인 대회 원천봉쇄 및 검문검색을 동시에 바라보면서 공안당국을 비판하고 학생들에게 심정적
지지를 보내는 정서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한총련의 지속적인 평화적 대회개최 노력뿐만 아니라 대구지역 시민들의 정서는 앞으로 대회성사에
작지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총련, 비민주성·주류 패권주의 등 운동연합체로서의 정당성 상실
한편 서강대학교, 연세대학교 등 19개 대학 총학생회장단은 9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한총련 대의원대회에
불참할 것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민주와 반민주의 대립구도가 소멸된 이후 한총련은 더 이상 민주화 투쟁의 선봉이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진보성마저 상실했다”며 “현재 6기 한총련은 결코 한국학생운동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몇몇 단위 대학의 대의원대회 불참선언은 현재 6기 한총련 건설과정에서 나타난 비민주성과 주류의 패권주의 등 학생운동
연합운동체로서의 정당성 상실에서 기인한다. 이는 최근 6기 한총련 임시의장 선출과정에서 급격히 불거졌다. 한총련 주류세력은 6기 임시의장
선출과정에서 이미 임시의장으로 낙점됐던 영남대학교 결의자를 6기 한총련 의장으로 추대하기 위해 다른 후보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의장 출마에서
제외시켰다. 이번 대의원대회도 그렇다. 4일2일 총궐기, 4일10일 대의원대회, 5월28일 출범식 등 각 대학 단위의 의견수렴 없이 하달된
일방적인 통보는 그동안 비민주적라 비판받아왔던 기존의 한총련 건설경로를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또한 시대의 변화에 조응하지 않는 한총련의 경직된 정세분석의 오류도 문제이다. 이번 대의원대회의 토론자료집에 의하면 한총련은
6기 한총련의 총노선과 관련해 IMF 재협상 및 경제위기의 원인인 미국반대 투쟁, 김영삼 사법처리 투쟁 등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IMF재협상, 미국반대, 경제 주권 사수’는 국내 독점 재벌의 무능성과 초과이윤착취에 의한 경제위기 심화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며
전세계적인 자본주의의 위기를 한국의 위기로만 국한시키는 일면적 정세분석으로 평가된다. ‘김영삼 사법처리 투쟁’또한 ‘한풀이 투쟁’ 이상으로
해석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한총련은 기존의 비민주적이고 패권적인 조직운영방식, 감정적이며 비과학적인 정세인식을 버리지 않고
‘한총련을 중심으로 대동단결’만을 주장한다면 한총련은 ‘백만학도의 조직’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외면하고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6기 한총련은 현재의 이러한 비판들을 과거의 한총련이 그랬듯이 그저 관성적으로 듣고 흘려서는 안된다. 학생대중들의 비판과
요구를 수렴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적으로 반영할 때만이 현재 학생운동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도 현재
진행 중인 6기 한총련 대의원대회 원천봉쇄 및 참가자 연행 등 학생운동 탄압을 중단하고 학생운동 스스로 자기혁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윤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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