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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짱] '첫머리'는 글의 전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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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관심끄는 첫머리 유형은 ‘개인 일화’와 ‘인물 사례’
재미 있는 영화는 시작부터 남다르다. 거침 없는 말싸움, 피가 튀는 난투극, 파격적인 정사씬∙∙∙∙∙∙. 관람석에서 음료수의 빨대를 눈으로 찾을 시간도, 구겨진 옷을 펼 칠 틈도 없다.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빨아 들이는 ‘흥행 방정식의 제 1 법칙’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의 ‘첫머리’를 가장 잘 만드는 선수 중의 선수다.
마찬가지로 글쓰기에도 인상적인 들머리는 독자들의 눈길을 붙들어 놓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때문에, 글쓰기 고수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첫머리’를 멋지게 장식하며 ‘글짱’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는다. 다음은 그런 ‘글짱’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필자가 나눠 본 경쟁력 있는 ‘들머리’의 몇몇 유형들.
먼저, 내용에 따라 ‘일화성’ 들머리와 ‘사례형’ 들머리의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일화성’ 들머리는 말 그대로 글쓴이가 생활 주변에서 겪거나 들은 일을 서두(序頭)에 끄집어 내는 것으로, 쉬운 듯 보이나 소화하기가 만만찮은 대상이다. 인상적이었던 일화들을 놓치지 않고 기억했다가 필요할 때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동원할 수 있는 기억력과 판단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화성’ 들머리는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이란 점에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남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마련인 인간의 심리를 파고드는 고도의 전략(戰略)이라고나 할까?
그런 ‘일화성’ 들머리의 최고수로는 단연, 서강대의 장영희 교수를 꼽을 수 있다. 영문(英文)학자로서 중앙 일간지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는 그녀는 일상 생활에서 겪은 경험담과 자신의 생각을 맛깔스럽게 버무려 내놓는 글쟁이이다. 가령,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정치인들에 대한 그녀의 글에선, 부딪혀도 사과하지 않고 자기 일만 챙기는 철면피 이웃들이 첫머리에 등장한다. 종국에는 주변으로부터 배척당하거나 횡액*(橫厄)을 당한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본문에서는 얼굴 두꺼운 정치인들의 말로(末路)도 그다지 밝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식이다. 그러고 보면, 필자 역시 ‘일화성’ 리드*를 애용(愛用)하는 편이다. 이제껏 한림학보에 기고한 68개의 칼럼 가운데 약 20%에 해당하는 13개가 일화성 리드를 사용하고 있으니.
내용에 따른 두 번째 유형으론 ‘사례형’ 들머리를 들 수 있다. ‘일화성’ 들머리가 글쓴이 자신이 직접 겪거나 전해 들은 ‘생활 속 이야기’인데 반해, ‘사례형’은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실제로 존재했던 사람이나, 사례, 상황 등을 소개하는 것이다. ‘일화성’ 들머리의 내용이 지극히 주관적, 개인적이라면 ‘사례형’은 대체로 객관적, 일반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 시간에는 사례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용어 풀이:
*후안무치(厚顔無恥): 얼굴이 두꺼운 데다 부끄러움마저 없음.
*횡액(橫厄): 뜻밖에 닥쳐오는 불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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