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수 기자

“어머님들께 알려드리는 것의 몇 배를 돌려받고 있어요.”

춘천 후평동에 위치한 인공폭포 인근에는 밤늦도록 불을 밝히고 있는 한 건물이 있다. 이곳 사람들은 못 다한 배움을 채우기 위해 주경야독을 행한다. 바로 여기는 지난 1966년 세워진 이후 수많은 만학도를 키워온 소양야학. 그곳에서 교사로 활동하며 가르침과 배움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이상희(정치행정ㆍ3년) 씨를 지난 27일 만나봤다.

“선생님으로 불린지 어느덧 4년차가 되었네요”라는 그녀. 05년 본교에 입학한 이후 줄곧 소양야학의 교사를 맡아온 이 씨는 현재 영어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다. 야학 생활로 그녀가 대학 생활에 소홀해 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그래서 야학 초기에는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기도 했죠”라고 당시를 떠올린다. 부모님의 걱정과는 달리 그녀는 대학에서도 동아리 활동과 교수연구 보조 등 많은 활동을 소화했다.

현재 소양야학에는 15명의 교사와 4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학생의 약 70%가 50~60대 아주머니들이죠”라는 이 씨는 “그래도 그분들이 저에게 꼬박꼬박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고 전한다. 자고로 교사와 학생 간에는 친밀한 의사소통이 중요한 법. 이를 위해 그녀는 부부싸움 등으로 고민 중인 ‘아주머니’ 학생들과 개인 상담을 벌이기도 한다.

이 씨는 “제게 배운 이들과 한림대에서 같은 학생 신분으로 만날 때 감회가 새롭죠”라고 말한다. 그녀의 제자 중에는 방송통신대나 본교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그분들의 진학은 자신의 일을 더욱 보람 있게 만든다. 이 씨는 또한 야학을 통해 자신에 대한 반성의 계기도 마련할 수 있었다. “어머님뻘 되는 학생들이 열성을 다해 수업에 참여하는 것을 보며, 제 삶을 자주 돌아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 씨는 이번에 뉴욕주립대의 교환학생으로 선발되면서 출국을 위해 올 7월까지만 야학 교사를 맡게 됐다. 오랜 기간 해왔던 이 작업을 정리해야 한다고 하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제게 있어서 야학은 단순한 경력이나 취미가 아닌 삶의 일부입니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그녀. 이 씨가 떠날 자리에는 같은 학과 친구들이 뒤를 이어 학생들과 배움의 인연을 이어 간단다.

“야학교의 학생들보다 조금 먼저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이 이런 활동을 가능하게 합니다”라는 그녀는 누구나 야학교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야학’이란 단어와 ‘선생님’이란 타이틀에 부담을 갖지 말고 언제든지 도전할 것을 덧붙였다.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고 인생의 깊은 의미를 느낄 수 있는데 바로 야학교사의 삶입니다.”

오늘도 배움의 열정으로 가득 찬 만학도들을 통해 가르침의 참 의미를 되새기고 있을 이 씨. 그녀가 보여준 삶의 열정이 한림대생 모두에게 널리 전파되길 기대해 본다.

/ 이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