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내용’에 따른 들머리의 유형을 분류해 보았다. 그렇다면, 들머리의 내용을 포장하는 ‘형식’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글짱 시리즈에서 이전에 잠깐 소개한 바 있는 ‘문답’ 문장까지 동원한다면, 크게 ‘이야기하기’와 ‘대화체,’ ‘문답형’의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표 참조)
먼저, ‘이야기하기’다. ‘이야기하기’란 말 그대로 독자들에게 사건이나 상황, 사물의 전모(全貌)를 소개하는 것으로, 서사(敍事)의 형식을 동원해 설명해 나가는 방식을 일컫는다. 보다 쉽게 말하자면, 글쓴이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고 보면 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경기 침체와 관련해 앞장에서 소개했던 ‘들머리’ 유형들은 모두 ‘이야기하기’에 속한다. 반면, ‘대화체’는 ‘내용’에 관계없이 첫 문장이 대화로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다음을 보자.

“남의 집 앞에 주차하면 전화번호는 남겨놔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 땅이 당신 꺼요? 왜 내 전화번호를 남겨야 합니까?”
“아니, 저기에 있는 거주자 우선 주차 안내문이 보이지 않으세요?”
“그래서요?”

얼굴 두꺼운 정치인들의 말로(末路)를 소개하면서 먼저 후안무치(厚顔無恥)의 타인으로부터 겪은 경험을 대화체로 풀어나간 경우의 글이다. 만약, ‘대화체’를 ‘이야기하기’ 형식으로 바꾼다면?

며칠 전의 일이다. 집 앞에 차를 세우려다 낯선 차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동네 입구에도 거주자 우선 원칙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는지라 곰투덜*이 절로 나왔다. 운전석 근처에서 전화번호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유리창 주변을 아무리 뒤져도 연락처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별 수 없이 주변에 차를 대놓고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10분 가량 기다린 끝에 만난 차 주인의 반응은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대화체’는 말 그대로 대화를 직접 도입하는 것으로, 현장에서 발생했던 목소리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상황을 일일이 설명하기보다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핵심적인 대화를 먼저 소개하기에, 글의 전개 속도가 ‘이야기하기’에 비해 무척 빠르다. 물론,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데 좀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대화체’는 주로 ‘일화형’에 많이 쓰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사례형’에서도 종종 쓰인다.

그럼, 다음 주에는 인기 있는 들머리 형식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문답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용어 풀이:
*곰투덜: 혼자서 투덜거리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