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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하루] 봄과 밤
김원국 작가  |  diedli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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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4.12  1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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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밤
                              오규원

어젯밤 어둠이 울타리 밑에
제비꽃 하나 더 만들어
매달아놓았네
제비꽃 밑에 제비꽃의
그늘도
하나 붙여놓았네


학교 다닐 때 글짓기 방문교사를 한 적이 있다. 학생이라고 하면 어머님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이미 졸업했으며 경력 3년의 교사라고 어머님들에게 뻥을 치면서 아이들을 가르쳤다.(설마 내 풋풋한 얼굴을 보며 그 말을 믿을 줄은 몰랐다.)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의 어머님들 중에는 현직 중학교 교사도 있었다. 그 짓을 하는 동안 ‘대한민국 어머님’ 혐오증에 걸릴 뻔 했고, 그 후유증으로 아직까지도 차마 내가 결혼을 하고 내 아내가 저런 어머님이 되는 미래를 상상을 할 수가 없다. 


어머님들은 아이들이 글을 잘 쓰게 되는 방법을 빨리 가르쳐 달라고 하는데, 그건 참 누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위의 시를 읽어보라. 아무런 상징이나 숨겨진 뜻도 없다. 그냥 읽고 느껴보라. 감동적인가? 아닌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감수성이 필요한데, 좋은 감수성은 가르칠 수가 없는 부분이다. 그건 얼마나 잘 지켜졌느냐의 문제인데, 대부분 아이들의 감수성이 공격적이고, 비난하기 좋아하고, 자기 중심적이고, 싸가지 없고, 얕은 감성으로 마모된 상태에서 참 막막한 일이었다.


   
 
 
나는 이 시를 읽자마자 이 사진이 떠올랐다. (한림학보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흑백신문이었는데, 컬러로 바뀐 덕에 이해가 쉬울 듯 하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어딘가의 소년병사다. 중학생이 될까 말까 한 소년 병사들이 현재 세계에 25만 명 정도가 된다. 지난 3년 동안 1만 명의 어린이들이 지뢰를 밟아 뒈졌다. 1996년 이후로 현재까지 200만 명의 어린이가 전쟁으로 희생되었다. 


사진 속, 이 강렬한 그림자를 보면 저절로 ‘운명’이 떠오른다. 무언가가 이 소년을 내전 국가에 태어나도록 만들었다면, 그 무언가는 이 소년의 운명을 어느 정도 예정해 놓은 것이다. 저렇게 밝은 태양 아래 ‘그림자’가 저토록 진하게 소년의 불행과 고통을 보여준다. 이 사진 한 장을 보는 순간, 대체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 하는 감정이 생겼다. 


무언가가 제비꽃을 만들어 놓았다면, 제비꽃만 만들어 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대체 왜 그림자까지 매달아 놓았을까? 그건 ‘어둠이’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티없이 밝은 어린이들은 사라지고, 초등학생 중 50% 이상이 자살을 생각해보았다는,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들만 가득해졌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면, 그 불행의 ‘그림자’에는 분명 대한민국 어머님들이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다. 정부가 계획적으로 아이들을 괴롭힐 때 대한민국 어머님들은 빛이 되어 아이들을 위해 정부와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가 되고 교육부와 한패가 된다.


내가 이 시를 읽고 난 뒤 느낀 감정과 비슷한 것들을 끌어 모으면 이처럼 위의 사진, 애들과 어머님들, 교육, 운명, 슬픔, 성장, 대충 이런 것들이 살펴진다. 이건 이를 테면 내 방식의 정서다. 내가 부정적으로 보이는가? 그런 것이 꼭 나만은 아닐 것이다.


루는 말한다, “(빛보다) 어둠이 더 빠를 수도 있어요. 항상 먼저 있으니까요.” (<어둠의 속도>). 만화 <원피스>에서 빼앗긴 그림자들은 해적의 꼭두각시가 된다(어머님들이 교육부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처럼). 가수 신해철은 인터뷰에서 한국교육부를 ‘사육부’라고 말한다(<신해철의쾌변독설>). 신의 정의로운 무관심을 참고 견딜 수 없었던 누군가는 직접 전쟁터로 가서 ‘그림자’ 짙은 사진을 찍는다. 자, 이제 다시 <봄과 밤>을 감상해보라.


/ 김원국 (시인, 국문학과 05년도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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