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머리가 전부다’라는 주제로 지난 주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글짱 시리즈를 연재했다. 해서, 이번 주에는 ‘결말’에 관한 조언으로 중간 고사 전의 마무리를 맺고자 한다.

한양대 국어국문학과의 정민 교수는 고사(枯死) 직전의 인문학에 숨통을 틔어준 가뭄 속의 단비 같은 존재다. 인문학은 ‘절대로 안 된다’는 국내 출판 시장에서  「미쳐야 미친다」라는 교양서로 판매부수 10만권을 웃도는 히트작을 내면서 많은 이들에게 18세기 조선의 위대한 선조들을 소개한 장본인인 까닭에서다. 그런 정교수는 또한, 필자가 꼽는 한국 최고의 ‘결말 문장갗이기도 하다. 물론, 글 전체가 다 좋아 버릴 것이 하나 없지만, 그의 마무리는 언제나 고개를 숙일 정도로 깔끔하고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요소가 정 교수의 마무리를 돋보이게 하는 것일까?

선조의 인생을 통해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하는 그의 글에서는 역설적으로 어떤 도덕적인 훈계도, 각성을 촉구하며 다그침도 찾아볼 수가 없다. 반어법과 물음, 암시와 간접어법으로 독자 스스로가 결론 내리도록 분위기만 적절히 띄우기 때문이다. ‘경제를 살려야 나라가 산다’라든가 ‘우리부터 고쳐야 한다’ 따위의 지루하고 고루한 마무리보다, ‘경제를 도외시한 나라가 살아남은 적이 있는가?’ 또는 ‘아무도 고치려 하지 않는다’ 등으로 완곡하게 돌려 표현하는 기법은 따라서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부터 되돌아 볼 여유와 시간을 선사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앞서 소개한 바와 마찬가지로 마무리도 알아두면 유용한 ‘내용’과 ‘형식’들이 있다.

먼저, 내용이다. 가장 무난하면서도 효과적인 마무리로는 속담이나 격언, 고사성어 등의 금언*(金言)을 동원하는 ‘인용’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유명한 책 제목이나 유행 어구, 캠페인 제목 등 일반인들이면 누구나 익숙한 명구(名句)도 ‘인용’의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상대방을 인정 않고 격하시키는 풍토를 비판하며, 마무리에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언제까지 서로 헐뜯기만 할 것인가?”라는 책 제목으로 끝맺는 것은 그 전형(典型)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인용형’ 마무리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평소, 많은 속담과 격언, 고사성어와 유행어구들을 입에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반복형’ 마무리를 들 수 있다. 말 그대로 앞에서 했던 이야기를 되풀이 하는 것이지만, 의도적으로 되뇌는 점이 핵심이다. 필요 조건으로는 반복하고자 하는 핵심 어구를 글의 중간도 아닌 ‘들머리’에 배치해 놓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의 글을 한번 보자.

TV 드라마 ‘가을 동화’에서 준서(송승헌 분)가 그린 그림의 실제 화가로 지금은 중견 예술인이 된 화가, 이수동은 자신이 처음 그린 그림을 아직껏 그의 화실에 걸어놓고 있다. 하루 16시간씩 그림을 그리며 치열하게 살던 젊은 시절의 초심(初心)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가수 김장훈은 누구보다 많은 선행을 베풀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연예인이다. 수입이 일정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보육원과 후원 학생들에게 무려 1500만원이라는 거액을 매달 기부하고 있다. 유복자(遺腹子)로 어렵게 자라 배를 곯아가며 받은 마음의 상처가 누구보다 깊었던 탓이다. 성공하더라도 자신의 쓰라린 경험을 잊지 않으려 했던 그의 마음은 현재 여러 곳에서 소중한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초심을 잃지 말자.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초심을 잃어버린 채 방황하고 일탈(逸脫)하는 이들을 많이 보아 왔다. 그들도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을 터인데. 그런 의미에서 자칫 흔들리기 쉬운 초심(初心)을 소중히 가꿔보는 봄을 기대해본다.

그러면, 다음에는 내용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권유/청유형’과 함께, 결말 글쓰기를 위한 형식에 대해서도 알아보기로 하자.

/ 심훈(언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