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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야기] 피카소는 '바람둥이'
신혜경 교수  |  shinh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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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5.09  22: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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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1907)
 
“예술적 천재”하면 단연 떠오르는 인물은 피카소다. 그가 일생동안 보여준 새로운 스타일의 창조와 불굴의 도전정신만큼은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천재성을 입증하는 것 같다. 청년기의 우울함과 삶의 비극성을 드러냈던 “청색시대”로부터, 애인과의 동거로 정신적 안정과 예술적 성공을 동시에 거머쥐었던 “분홍시대”를 거쳐, 재현적 형상이 사라지고 파편적인 기하학적 입방체들로 분해된 “분석적 큐비즘”에 도달하는가 하면, 잡지와 신문, 천조각 같은 일상적 재료들의 꼴라주를 통해서 “종합적 큐비즘”이라는 전위적인 조형언어를 창조하기도 한다. 이후에도 그는 다시금 실재의 형상에 충실한 “고전주의적” 작품을 그리기도 하고 이와는 180도 다른 “초현실주의적”인 그림을 창조하기도 한다. 말년의 그가 벨라스케즈나 푸생 같은 위대한 화가들의 그림을 다시 그리는 시도를 했다는 것도 정말 흥미롭다.

이렇듯 멈추지 않는 피카소의 예술적 열정에는 매번 새로운 영감을 아낌없이 자극했던 수많은 여성들이 동반된다. 분홍시대를 열었던 페르낭 올리비에와의 동거는 친구의 애인 에바와 사랑에 빠지면서 끝이 나지만, 병약한 에바가 죽고 난 뒤 피카소는 발레리나 올가 코흘로바를 만나 첫 번째 결혼을 한다. 그러나 그녀와의 결혼생활도 마리 테레즈라는 아름다운 소녀와의 열정적 사랑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이때 피카소는 마흔여섯살, 마리는 열일곱이었는데, 이때가 초현실주의적인 몽상적 예술세계로 빠져들던 시기였다. 그러나 피카소는 스물여섯살 연하의 이지적인 사진작가 도라를 만나면서 마리를 헌신짝처럼 버리지만, 도라 역시 피카소의 여성편력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피카소는 대학생이었던 프랑소와즈 질로(마흔살 차이)와 두 번째 결혼을 하는데, 이로 인한 충격으로 도라는 정신착란까지 일으켰다니, 이쯤 되면 이 천재라는 인간의 철면피함에 잠시 분노하게 된다. 그러나 피카소의 최후를 함께 했던 사람은 또 다른 여인이었으니, 무려 마흔다섯살 연하인 자클린이 당시 팔십이었던 피카소의 마지막 부인이 되었다. 

 <아비뇽의 처녀들>(원제 <철학적 사창가>)은 오늘날 현대미술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품의 하나로 손꼽힌다. 왼쪽 세 누드는 이베리아 석조 두상의 형상에서 따온 것인데, 이 두상은 시인 아뽈리네르의 비서가 피카소에게 팔았던 작품이고 실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훔쳐온장물이었다. 몇 년 뒤 <모나리자>마저 도둑맞는 바람에 경찰의 수사가 확대되자, 급기야 피카소는 이 두상을 반납하고 경찰 수사까지 받았지만 무혐의로 풀려났다고 한다. 다른 한편 오른쪽 두 누드의 얼굴은 아프리카 가면의 영향을 받은 것인데, 이러한 원시주의적 성향은 20세기 초 현대미술의 중요한 한 특징이 되고 있다. 이 그림에서 누드들의 포즈는세잔느의 <목욕하는 여인들>과 마티스의 <생의기쁨>을 연상시키면서도, 그들에 대한 피카소의 반격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앉아있는 누드의 얼굴에서 피카소는 한 대상을 여러 시점과 각도에서 보여진 모습으로 구성하고 있다. 기존의 회화가 하나의 시점에서 찍은 스냅사진같은 시각을 보여준다면, 이것은 마치 화가가 이동하면서 찍은 동영상을 하나의 평면 위에 잘라 붙여놓은 것 같다. 이와 더불어 인물의 형상과 배경이 한데 뒤섞여 융합되어 있는 공간구성은 이후에 현대회화가 나아간 길인 추상과 평면적 구성을 일찌감치 선취하고 있다. 이 작품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의 경악과 분노는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심지어 이후 큐비즘을 함께 창조해낸 브라크조차 "이건 마치 우리들에게 밧줄을 먹게 하거나 불을 들고 석유를 마시게 하는 것 같다"고 하였다니, 그야말로 혁명적인 예술을 창조해낸 피카소의 천재성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렇다고 모든 게 용서되지는 않을지라도 말이다.

/ 신혜경(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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