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체구, 검게 그을린 피부 그리고 너털웃음 속에서 옆집 아저씨같은 친근감이 느껴진다. 예정에 성심여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30여년간 우리학교의 모든 정원을 가꿔오신 한영철씨는 그러한 친근함과 푸근함으로, 자식을 대하듯 꽃과 나무를 가꾸는 분이다.

  한씨 아저씨는 벌써 오래전에 정년퇴임을 했다. 그러나 그가 정원을 사랑으로 가꾸는 마음을 아는 분들은 계속해서 아저씨가 우리학교의 정원을 가꿔 줄 것을 부탁했고, 그도 그동안 심고 가꿔온 나무, 꽃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한림동산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자식놈’같다는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는 비결은 체계적인 이론이 아니다. 끝없는 애정과 관심을 보인 당신의 경험이 바로 최고의 이론인 것이다. 아저씨의 철칙은 정원을 가꾸면서 절대 인부를 부르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왜 다른 사람이 하도록 하나, 반드시 내 손으로 가꾸어야지… 내 일인데” 좁으면 좁다고 할 우리학교지만 혼자 나무와 꽃을 돌보기에는 너무 벅차지 않을까하는 기자의 염려는 이 말씀 한 번에 바로 떨쳐졌다.

  그런가 하면 이뤄놓은 성과물 앞에서 겸손한 한씨 아저씨는 “내가 특별히 한 게 있나, 아직 그리 잘 돼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 얼마전 완공된 사회과학관 주위 조경을 아름답게 꾸미지 못해서 지금 그곳에 가장 신경이 쓰이지”라며 여전히 일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아저씨는 지역주민들과 학생들이 꽃을 꺾고, 잔디밭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매우 서운하게 생각했다. “사람들이 꽃의 화사함을 느끼고 향기를 맡으며 잔디의 푸르름을 보고 즐기는데 만족 했으면 좋겠어. 정원에 들어가서 잔디도 밟고 휴지도 버리고… 그런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지”

  정원에 들이는 아저씨의 정성을 보면서 기자는 문득 ‘이것이 바로 인간과 자연의 대화일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난 마지막 힘 닿는 데까지 일을 할 생각이야”라고 말하며 삽을 들고 돌아서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며 기자는 내년 봄 다시 더 화사하게 필 꽃들이 기다려졌다.

/ 권혁도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