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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하루]
김원국 작가  |  diedli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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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9.23  00: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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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에 일만 냥짜리 순수한 포도주가 담긴 금 술잔
백만 냥짜리 진귀한 음식이 담긴 옥 접시
하지만 그 술잔과 접시를 물리치련다,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으니…….
하늘을 향해 발톱을 들어 올리고 사방을 둘러본다.
황하를 건너고자 하나 얼음이 내 발을 붙들고
태행산을 넘어 날고자 하나 눈 내리는 하늘이 나를 가로막으니
그저 연못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금빛 잉어를 바라볼 수밖에.
갑작스레 파도를 건너 태양을 향해 항해하는 꿈을 꾸어 본다…….
여행은 어렵다.
어려운 일이다.
굽이굽이 갈라지는 수만 갈래의 길……
어떤 길을 따라 가야 하나?
언젠가 긴 바람을 타고 짙은 구름을 뚫고 날아오르리.
날개를 활짝 펴고 넓고 넓은 바다를 건너리.

‘룽리포’의 작품


이 시는 당나라 때 ‘룽리포’가 쓴 작품이다. ‘룽리포’는 용이다. 나오미 노빅의 역사환타지 소설 <테메레르> 2권에 나오는 시이다. 역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는 나오미 노빅은 본인이 특히 관심이 많았던 시기인 나폴레옹 전쟁 때를 배경으로 환타지 소설을 썼다. 그때 영국군과 프랑스군을 비롯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 용이 살았고, 이들 나라에는 육군과 해군뿐만 아니라 공군까지 있었으며, 그 공군을 이루는 것이 용과 비행사들이라는 설정이다.

주인공 테메레르는 본래 중국용이었는데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영국용들처럼 그저 가축이나 병기 정도의 취급을 받다가, 중국 여행을 하면서 크게 놀라게 된다. 중국에서는 용들이 사람 이상의 대우를 받으며 먹을 것을 사먹고 자기 재산이 있고 글씨를 쓰고 시를 짓는 것이다. 그리고 위의 시는 테메레르와 그의 비행사가 중국에서 벌어진 만찬에 초대되었을 때 듣게 되는 당나라 때 살았던 ‘룽리포’라는 용의 시이다.

한국의 오랜 속담으로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적당한 예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에서는 용들도 시를 짓는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들 중 누구라도 원하기만 한다면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시를 쓰는 데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닐 텐데, 그래도 한 두 가지 유의 사항을 알아두면 좋을 듯 하다. 이를테면 ‘용에게서 배우는 시 쓰는 방법’이라고 해두자.

이 시에서 우리가 배울 만한 점은 솔직함, 전형적이지 않음, 사소함일 것이다. 저 바랄 것 없어 보이는 부유하며 거대한 용이 고작 겨울 산 하나를 못 건너서 쩔쩔 맨다는 솔직함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강한 척 하는 아버지가 아니라 솔직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감동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전형적이지 않음은 저 용의 성격에서 비롯된다. 자부심에 가득 차 있으며 인간을 깔보고, 스스로가 대단한 존재라고 못 받혀 있는 박제 같은 보통의 환타지 속 용들과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지는 생명력이다.

또한 인간과 달리 하늘의 길을 다니므로 굽이굽이 수만 갈래의 길에서 방황하게 된다는 스펙타클한 특징이 새롭다.

인류나 우주, 어떤 거대한 가치관을 떠벌이기 보다, 그저 여행 가고 싶은데 못 가는 작은 고민에 싸여 저 커다란 덩치로 낑낑대며 손톱보다 작은 물고기나 바라보면서 위안을 얻으려는 사소함을 발견할 수도 있다. 노무현의 눈물이 그토록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유 중에는 정치인다운 화려한 수식이나 약속보다,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작은 사람임을 느끼게 하는 그 물질, 일인 당 일인 분 밖에 허용이 되지 않는 그 사소한 눈물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얼마나 다행한지 모른다. 우리 사람들의 삶이야 말로 사소한 것들로 가득하지 않은가. 쓸 것이 많은 것이다. 사소하며 솔직하되 그리하여 남들과 다른 나만의 시를 올 가을에는 써보자.

/ 김원국 (시인 · 국문학과 05년도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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