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나 자신이다. 그러므로,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자인 버트란트 러셀 밑에서 수학(受學)한 공대생이었다. 수학에 흥미를 보이다 뒤늦게 철학에 빠져들며 언어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끝에 스승의 예언대로 언어철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이다. 그런 그가 남긴 세기의 명제(命題)는 ‘개개인의 언어가 곧 개개인 자신’이라는 것이었다.

글도 마찬가지다. 내면(內面)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창(窓)인 까닭에서다. 결국, 내 글의 한계 역시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할 수밖에 없다. 글짱 지망생들이 문장력과 함께 어휘력을 늘리려고 애면글면* 애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문장력과 달리 조금만 신경 쓰면 짧은 기간 동안에도 짭짤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이 어휘력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단시일 내에 어휘력을 키울 수 있을까?

먼저, 신문이나 잡지, 방송에서 낯선 단어와 마주쳤을 때, 그 의미를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내홍’*(內訌)을 겪는다”라는 말을 접하면, 그 뜻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자세를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미를 찾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들 단어를 모은 자신만의 낱말집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사항이다. 그래야 글을 쓰면서 적당한 어휘가 떠오르지 않을 경우, 낱말집을 통해 자신의 단어 세계를 넓혀 나갈 수 있으니까! 더불어 좋은 표현 역시, 만날 때마다 낱말집에 옮겨 적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에는 언론사 재직 시절, 비슷한 단어만 사용하는데 한계를 느낀 나머지, 신문을 읽다가 표현이 다른 동사나 명사를 만날 경우에는 따로 옮겨 적으며 관리했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로 사전(事典)을 구비해야 한다고 권하고 싶다. 인터넷 사전을 통해 단어를 개별적으로 확인하기보다 해당 어군*(語群) 전체를 눈과 손으로 훑어가며 두루 살펴보는 것이 어휘력 향상에 득(得)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사전은 자신의 쓰임새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속담을 자주 인용하고픈 경우라면 속담 사전을, ‘그 밥에 그 나물’인 단어는 더 이상 사용하길 원치 않는다면 유의어/반의어 사전을, 말의 어원이나 갈래로 첫머리를 열고자 한다면 어원사전이나 갈래 사전 등을 구입해 볼 수 있다. 참고로, 대형 서점일수록 일반적으로 찾기 힘든 희귀 사전을 갖춰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동네 서점의 경우, 1년에 한 권도 채 팔리지 않는 특수 사전을 염직해서 갖다 놓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특수 사전이 하나 둘씩 쌓이기 시작하면, 사전을 들춰보는 횟수 또한 시나브로* 늘어나면서 새로운 낱말들을 한 번이라도 더 쓰려는 노력은 자연스레 이뤄지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들 특수 사전의 가격이 2~3만원 대로 구입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 하지만, 희생 없는 대가는 없는 법. 그런 의미에서 지금부터 사전과 단어장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혀보는 것은 어떨는지.

/ 심훈(언론정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