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한림을 달궜던 들불제가 막을 내렸다. 들불제의 마지막 밤에 초대된 '다이나믹 듀오'와 '슈프림'의 공연에 학생들은 큰 박수를 보내고 함성을 지르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 이지수 기자

지난 24일부터 3일간 ‘Nova Festa Vol.4’란 주제로 열린 들불제, 그 현장을 가봤다.

김유정관 학생식당 앞, 무대설치지역에는 다가오지 말 것을 가리키는 흰색 천이 사각형을 이뤘다. 축제인 것을 깜빡 잊은 학생들도 다음날 완성된 무대를 보고 들불제를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학생들 사이로 정장쟈켓을 오른쪽 어깨에 두르고 축제 준비 현장을 이곳저곳 살피는 이영선 총장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총장은 “돌아다니면서 학교 살피는 게 총장이 할 일이지 뭐”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다솜터 앞 차량통행 구역은 차량통제구역으로 변해 중앙동아리들이 흰색 천막으로 부스를 만들고 데스크를 식탁, 탁자삼아 제각기 준비한 행사를 하느라 손놀림이 분주했다. 기독교동아리 ‘CCC’는 떡꼬치, 아이스티, 에이드, 토스트를 팔며 ‘떡 사세요~’ 등의 착착 감기는 멘트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역부족이다 싶으면 김유정관에 위치한 여러 중앙동아리실, 학생서비스센터 등에 들르는 형태로 직접 발품을 팔아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다른 부스에는 ‘시리우스’ 회원들이 1000원의 요금을 받고 학생들의 타롯점을 봐주고 있었다. 친구들끼리 우르르 몰려와 연애운을 봐달라는 여학생의 손짓이 10장의 카드를 고르는
순간, 조심스러워졌다. 잠시 후, 점괘를 들으며 화들짝 놀라는 여학생의 모습에서 순수함이 묻어났다. 타롯점을 봐주던 신화정(언어병리․3년)씨는 “저렴한 참여비에 많은 학생들이 부담없이 찾아주는 것 같다”며 원활한 부스행사 진행에 대해 얘기했다.

가요제, 동아리 공연을 앞둔 학생들은 리허설을 하며 ‘연습을 실전’처럼 진지하게 화음과 동작을 하나하나 맞춰 나갔다. 긴장을 풀기위해 허공에 스틱으로 박자를 맞춰 보기도 하고, 마이크대로 요리조리 폼을 잡아보는 연습을 한다. 한쪽에선 아직도 긴장이 안풀렸는지 1.5L패트병을 들고 음료수를 입 속으로 ‘콸콸콸’ 들이부었다. 

무대에 오른 한림인들은 프로 같았다. 발라드를 부를 때면 손놀림마저 애절했고, 춤을 선보일 때면 준비된 의상으로 무대 이곳저곳을 누볐다. 2명의 MC들은 재치있게 서로 말 받아치기를 해가며 연신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축제에서만 볼 수 있다는 핫도그,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1일이동 먹거리 차 아줌마마저 장사보단 공연감상에 푹 빠져있었다. 방금 핫도그 한 개씩을 사들은 여학생들은 “먹느라 못봤네~”라며 놓친 공연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비가 내렸지만, 축제 현장 속에 있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축제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바닥에는 신문지를 깔고 앉고, 색색깔의 우산으로는 하나의 지붕을 만든 듯 했다. 소녀팬처럼 직접 우비를 챙겨온 사람들도 있었고, 동아리연합회가 준비한 우비를 너나할 것 없이 챙겨 입었다.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제자리에서 일어나자 쓰레기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모두 MC의 ‘문화인은 쓰레기를 치웁니다’라는 멘트 아래 하나둘 허리를 굽혀 쓰레기를 주었다. 

아쉬운 듯, 무대 주변을 맴맴 돌며 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었고 새벽까지 운영하는 주점으로 달려가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미리 와있던 손님만으로도 시장통처럼 북적북적한 바람에 급하게 온 사람들은 갈피를 못 잡았다. 없는 자리를 내기 위해 즉석으로 테이블을 만드는 주점도 있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주점의 가장자리를 청룡회 회원들이 둘러싸기도 했다. 모두가 함께했던 들불제는 한림인의 흥얼거림 속에 막을 내렸다.

/ 이은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