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주의를 부수고 ‘패기와 열정’을 되찾으라

  지난 82년 4개 학과 2백28명의 신입생을 받으며 문을 연 우리학교는 올해로 개교 16주년을 맞는다. 식구도 6천여 명으로 늘어났고 건물도 많이 들어섰다. 이제는 정원자율화대학, 지방대학 특성화사업 지원대학, 교육개혁추진 우수대학 등으로 선정돼 명문사학의 모습을 갖췄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가시적 성장 속에서도 우리학교 학생들이 느끼는 학교에 대한 자부심, 애착심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타대학의 학생들에 비해 20대 젊은이로서 가져야 할 강한 패기와 역동성이 부족하며, 학생들 사이에 패배주의까지 만연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학벌중심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지방사립대의 한계로 ‘인정’할 것인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것’을 추구하는 패기와 열정이다. 위에서 제기한 문제의 일차적인 원인은 누구보다도 학생들 자신에게 있다. 다수의 서울 출신의 학생들은 함께 고등학교를 다녔던 친구들과 떨어져 지방대학으로 진학했다는 점에서 열등의식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열등의식을 계속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학생 자신에게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대학생활을 내실있게 보낸 선배들의 한결같은 당부는 4년의 기간을 자신의 적성을 살리기 위한 발판으로 삼아 최대한 노력하되, ‘지방대학이라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패배의식을 버리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우리학교가 대학교육을 위한 제반 여건이 우수한 점을 인지하고 이를 십분 활용하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패배의식으로 헛되이 보낸 4년보다 패기와 열정으로 채워진 4년의 시간이 보다 알차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학생 자신이 혁신적으로 사고를 전환하는 것이다. 이같은 학생들의 의식 전환은 학교당국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속에서 더욱 공고해 질 수 있다.

  우리학교는 교육 여건의 객관적인 지표들로만 본다면 우수한 대학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은 단지 학습 하나에만 그 목적을 두지 않는다. 도서관의 ‘정숙함’과 함께 학생들의 패기 넘치는 ‘함성’이 함께 어우러져야만 대학이라는 공간은 제모습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우리학교는 자치활동, 여가활동 등 대학문화 창조의 기반이 되는, 그래서 활기넘치는 대학 분위기를 형성할 제반 여건들이 매우 빈약하다. 특히 타대학에 비해 자치활동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학교의 배려가 절실한 상황이다. 또한 졸업 이후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대학차원의 방향성이 제시되지 못하는 것도 학생들의 안정적인 대학생활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4년만 교육시키면 학생에 대한 의무는 끝난다는 기존 대학의 인식이 시급히 전환돼야 하며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이 모색, 제시돼야 한다. 특히 ‘IMF 경제위기’와 더불어 졸업 이후 진로에 대한 지방대 학생들의 우려가 깊어지는 현 시점에서 우리학교도 대학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많은 교수들은 우리학교 학생들이 후기대학이었을 때 보다는 매사에 적극적인 자세를 가진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타대학으로의 편입 혹은 재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학교생활에 있어서도 학원의 주체로서 가져야 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학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우리학교에 대한 귀속감을 높여 보다 나은 한림공동체를 만든다는 한림인 전체의 기대에 큰 장애가 아닐 수 없다. 가시적인 외형뿐만 아니라 내실있는 한림공동체로 발전하기 위해 학생과 학교의 혁신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 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