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폼에 살고 죽고 폼 때문에 살고 폼 때문에 죽고
나 폼 하나에 죽고살고 사나이가 가는 오 그 길에 길에
아 눈물 따윈 없어 없어 폼생폼사야······.

‘젝스키스’란 6인조 그룹이 있었다. 지난 1997년에 데뷔한 그룹으로 ‘여섯 개의 수정’을 의미하는 독일어가 어원(語源)이란다. 그런 ‘젝스키스’가 세간(世間)에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곡, ‘폼생폼사’는 폼에 살고 폼에 죽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필자가 난데없이 ‘젝스키스’를 들고 나온 이유는 ‘폼생폼사’ 아닌 평생평사(評生評死)해야 험난한 세파(世波)를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자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평생평사(評生評死)란 글자 그대로 평(評)에 살고 평(評)에 죽는다는 뜻. 결국, 보석 같은 존재로 세상의 인정을 받으려면 몸매나 옷차림이 아닌 날카로운 평(評)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학교에서, 일터에서, 인터넷에서 서평, 영화평은 물론, 상품평에 이르기까지 온갖 평(評)들이 학점과 상품, 승진과 상금을 내걸며 우리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상은 왜 평(評)을 구하지 못해 안달일까? 제대로 된 평(評)은 평가자의 공력(工力)을 단박에 잴 수 있는 척도이자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런 평(評)은 평(評)을 기다리는 당사자에게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며 많은 도움을 주게 마련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를 들어보겠다. 만일, 독자들이 평가자의 입장이라면 여러 지원자 가운데 누구의 손을 들어 주겠는가?

저희 회사에서 새로운 휴대폰을 내 놓았습니다. 신제품은 현재 여러분들이 사용하고 있는 핸드폰입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핸드폰의 여러 기능 가운데 카메라 부분에 관한 여러분들의 상품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론, 가장 날카로운 평을 제공한 당사자에게는 취업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가 군: 상당히 좋아요.
나 양: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요.
다 군: 비슷한 가격대의 카메라에 비해 카메라 화소수가 두 배에 달해 너무 좋
아요.
라 양: 카메라의 해상도는 무척 뛰어나지만 움직이는 대상을 포착하는 순간 기
능은 많이 떨어져요.
바 군: 100장 밖에 지니지 못하는 저장 용량은 상당히 부족해 보이며, 카메라의
순간 포착 기능 역시 많이 떨어집니다. 더불어, 조명에 민감해서 배경이 조금만 어둡다 싶으면 사진이 검게 나옵니다. 이와 함께, 사진을 찍을 때 자꾸 손이 렌즈를 가리는 것으로 미뤄 볼 때, 렌즈의 위치가 잘못 설정돼 있는 것 같습니다.

글도 그렇다. 보고서, 서평, 논문, 기획서를 쓰더라도 자신만의 날카로운 평(評)을 담아야 글도 살고, 본인도 산다. 그렇다면, 평(評)을 날카롭게 가다듬는 방법은? 역시, 자신의 관심 분야를 설정해 평(評)이 날카로운 글과 책을 꾸준히 읽으며 끊임없이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 윗몸 일으키기로 복부에 왕(王)자를 새기듯,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함으로써 머리에 왕(王)자를 새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심훈(언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