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입시 위주 교육 체계로는 안 된다.”
“공교육이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사교육비가 나라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은 들어 봤을 법한 교육 문제. 너도나도 문제투성이의 공교육에 메스를 들이대며 비판의 칼질을 하기 바쁘다. 하지만, 정작 비판만 가할 뿐,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해결책 제시는 없다. 폭력을 휘두른 아이에게 손가락질만 할 뿐, 사태 재발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잊은 것처럼.

사설과 칼럼은 언론사의 창(窓)이다. 대내외적으로 가장 뛰어난 글발을 인정받는 화려한 필진(筆陣)들이 사지(社志)를 전달하는 대외 창구다. 하지만, 그런 사설과 칼럼에 비판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면? 시쳇말로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요, 팥 없는 찐빵이란 얘기다.

사실, 넘치는 비판, 빈곤한 해결책 제시는 한국 언론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다. 문제는 소모적인 비판만 늘어놓고 건설적인 조언은 제시하지 못하기에 비판 대상자는 소 귀에 경 읽듯 처신하기 마련이다. 특히, 비난 받는 당사자는 비판을 달게 받아들이고 싶어도 어떻게 처신해야 할 지 알 길이 없어 도무지 답답하기만 할 터. 그러니, ‘빨리 시간이나 흘러라’라는 생각으로 몸을 잔뜩 움츠릴 수밖에.

해서, 사람을 움직이고 싶으면, 제도를 바꾸고 싶으면,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으면 보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반복되는 학교 폭력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폭력 방지를 위해서는 학교와 선생, 학부모와 학생 간에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이웃 학교나 선진국의 구체적인 성공 사례는 없는지를 면밀히 살펴가며 대안책을 제시해야 학생도 살고, 선생도 살고, 학교도 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남들과 다른 글로 인정받고자 한다면, 비판과 함께 그 해결책도 진중하게 살펴보고 제시하는 혜안(慧眼)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필자의 경험 한 가지.

필자가 매년 봄에 강의하는 ‘탐사 보도 기사 작성’이란 수업이 있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나 KBS의 ‘추적 60분’과 같은 방송물의 대본 기사 작성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런 강의에서 몇 해 전, 학생들이 ‘유명무실한 강의 평가제’에 대한 주제를 들고 왔다. 학기마다 자신의 성적을 보기 전에 수강 과목에 대한 평가를 해야만 하는 제도인 강의평가제에서 강의만족도를 아무리 낮게 내도 수준 낮은 강의는 전혀 변하지 않은 채, 매년 되풀이된다는 내용이었다. 주제가 워낙 좋았기에 잘 취재해 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몇 주가 흐른 뒤 학생들이 들고 온 기사는 ‘강의 평가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는 인터뷰가 주를 이룬 과제물이었다. 결국, 학생들에게 물었다.

/ 심훈(언론) 교수